목록和光同塵 (568)
谷神不死
깨달음이 갑자기 다가와 단번에 확철대오(廓徹大悟)를 끝낸다는 말은 경험상 굳이 부정하지는 않지만, 개인적 경험에 비춘다면 단박에 다 닦아진다는 돈수(頓修)는 요술 같고 부러울 뿐이다.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주장하는 분은 분명 그리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하지만 돈오점수(頓悟漸修)가 훨씬 타당성이 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선도(仙道)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단박 깨우칠 수는 있어도, 단박에 닦아지는 일(頓修)은 없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50년을 선도에 머물렀어도 아직도 닦을 것이 남아있다. 선도는 통기(通氣), 축기(蓄氣), 운기(運氣), 소주천(小周天)을 차례로 순서를 밟아 진행하며, 그 후에도 양신(養神), 출신(出神)이 남기 때문이다. 선도에 점핑(jumping)은 없어도, 그렇..
"그 많고 많은 것 중에서... 너는 어찌하여 선도(仙道)를 선택하였는가?" 내게 묻는다면, '운명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그것은 마치 이과(理科)의 사람에게, "당신은 어찌하여 골치 아픈 수학을 재미있어하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 수행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바로 자성(自性)을 깨우치려 시도하는 공부법이고, 다른 하나는 일단 에너지(氣) 공부를 통해 본래면목(本來面目)과 계합(契合)하는 공부이다. 자아(自我) 탐구하는 법도 여러 가지가 있으며, 에너지(氣) 수련법도 그 갈래가 수없이 많아 문파별로 자기들이 하는 수행법이 으뜸이라고 하지만, 문외한이 볼 때는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그렇다면 세상엔 왜 수많은 수행법이 있는가? 그것은 각기 다른 많은 사람이 살고 있기..
당신의 컴퓨터가 당신이 아니라고 해서 고장 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도 그대로 두는가? 당신의 자식이 당신이 아니라 해서 밥을 주지 않고 굶기는가? 이 몸과 마음은 엄밀히 말해 나는 아니지만, 늘 관심 가져 주어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부처님도 신수심법(身受心法) 사념처(四念處)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힌두의 일주 행법(行法) 가운데는 몸과 마음, 숨 그리고 그것들을 작동시키는 에너지를 자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선도(仙道)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몸을 돌보고, 마음(ego)도 다스리며, 특히 에너지(氣)에 대해서는 각별한 관심을 둔다. 그것들이 없다면 깨달음이 와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성명쌍수(性命双修)이다.
깨우침을 얻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심(發心)이다. 발심은 무슨 일이나 그 일을 성공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여기에서 發心이란 단지 마음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발심은 여하한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확고부동한 마음이다. 아무에게나 發心이 오는 것은 아니다. 발심을 위해서는 꼭 그럴만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싯다르타는 병들고 죽어 장사지내는 사람을 보고 출가(出家)를 결심했다. 죽음 앞에서 그 무엇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發心을 이끌어낸 것이다. 경허(鏡虛) 역시 그러했다. 그는 이미 조선팔도가 알아주는 대강백(大講伯)이었다. 잠시 방문했던 고을에 호열자(콜레라)가 돌아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고 대발심을 하였다. 깨달..
축기(蓄氣)를 한답시고 숨을 들이쉬어 오래 유지(留氣)하려 하거나 하복(下腹)에 힘을 주어 내리미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것은 피해야 할 일입니다. 숨을 오래 참거나 배에 너무 힘을 주면 상기병(上氣病) 등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참 단전(丹田)호흡이 유행할 당시 황태자 소리를 듣던 P씨... 단전호흡을 잘못해 탈장(脫腸)이 되었다고 합니다. 너무 힘을 주어 참았기 때문입니다. 蓄氣의 비밀은 날숨, 즉 내쉬는 숨에 있습니다. 돈도 벌기보다는 쓸 때 잘 써야 빛이 나듯이 말입니다. . 태극 13세 등 외단공(外丹功)을 진행하면 저절로 날숨이 길어지고 기운이 모입니다. 그럴 때 저절로 유기(留氣)가 되는 것입니다. 결코 숨을 참거나 뱃속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 억지로 되는 일..
요즘 유난히 척추만곡증(脊椎彎曲症)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간단히 말해, '척추만곡'이란 척추가 전후 혹은 측방으로 구부러진 것을 말한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개는 오랫동안의 부적절한 자세 등 생활 습관, 환경 때문에 생긴다. 일단 다리 길이나 좌우 어깨높이가 다르거나, 어깨결림, 요통, 근육통이 있으며 잠이 푹 들지 않고 쉽게 피로하다면 일단 척추만곡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 치료법으로 정골(整骨) 요법이나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침술(鍼術) 혹은 체조, 스트레칭 등 다양한 것들이 있으나 그 효과가 일시적이고 오랜 기간(거의 무기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X-ray 등을 통해 척추(脊椎)의 정렬 상태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 진단이 정확하다 하여 확실한 치료..
삶이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할지에 대해서는 타인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많이 가지는 것일 수 있고, 누구는 권력을 잡는 것, 또 누구는 학문적 성공일 수 있고, 누구는 예술적 성취일 수 있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신은 영원한 무엇을 쫓기 위해 명상을 할 수 있으며, 호흡이 멈추는 것(쿰바카), 또한 초능력을 얻는 것, 그리고 쿤달리니의 상승을 꾀할 수 있다. 선도(仙道)는 그 무엇도 추구하지 않지만, 호흡이 멈춰지는 것은 빼고는 그 무엇도 거부하지는 않는다. 모든 시간에 자기의 본성(本性)과 만나는 것을 즐기면서, 에너지(氣)에 장애가 생기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늘 챙기며 살지만, 애씀이 없이 자연스럽게 그리되기(無爲自..
우리에겐 태어날 때 지니고 나온 에너지(先天之氣)가 있고, 살면서 노력해 만드는 에너지(後天之氣)가 있다. 타고난 에너지는 살아가면서 조금씩 소모되고 노후한다. 그러므로 필히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보충해야 한다. 그것을 가리켜 우리는 축기(蓄氣)라 한다. 수행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쿤달리니처럼 선천지기(先天之氣)만을 사용해 에너지를 운용하는 법이고, 축기를 통해 후천지기(後天之氣)를 길러 수행을 완성하는 기법이 있다. 선도(仙道)는 살아가며 부족해지고 노후한 에너지(精)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가르친다. 쿤달리니와 다르게 축기가 없이는 이루지 못하는 것이 소주천(小周天)이다. 6살 전, 즉 선천지기가 온전할 때 좋은 스승을 만나 수련을 마치지 못한다면 말이다.
인간에게 다가오는 괴로움은 크게 나누어 두 가지, 즉 외적인 상실감과 "자기(自己)"라 할만한 마음(ego)의 상처, 그리고 육체적 어려움이다. 깨달음이 왔을 때 견디기 쉬운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외적인 상실이다. 그것은 재물, 권력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것들은 생각의 조절만으로도 해결이 가능하므로 견뎌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것들이 떠나갈 때 허탈감이 없지는 않지만, 진정 깨달았다면 그런 것들이 못 견딜 고통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음 단계, 즉 "나(自己)"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는 것, 즉 권위와 명예가 더럽혀졌을 때는 조금 더 어렵다. 그것은 나와 더 가까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을 때 선선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아라한이라 할지라도 무심(無心)하..
"1,700 공안(公案) 하나하나는 모두가 본성(本性) 자리, 본래면목(本來面目)을 가리키는 것이다"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자리를 보았다면(見性), 화두(話頭) 1,700개 모두를 타파한 것이며, 또한 그 자리를 깨우친 사람은 경전(經典) 모두를 읽은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말씀들은 모두 그 자리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는 진여(眞如) 자리이며, 그것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나를 벗어난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자리를 보고 나면 한가한 도인(道人)이 됩니다. 그 후부터는 뭇 중생(衆生)들을 깨우치는 과업만 남습니다. 衆生이 불행하면 우리 역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일은 힘든 일이 아니라 보람 있고 즐거운 놀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