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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내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어떤 사람은 그것을 편향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왜 좀 더 객관적으로 말하지 않느냐, 왜 양쪽을 똑같이 다루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세상이 애초부터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정확히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이 과연 중립일까?공이 계속 한쪽으로 굴러가고 있는데 나는 공평한 사람이니까 가운데 가만히 서 있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중립처럼 보일 뿐 결국 기울어진 쪽을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의도적으로 반대편에 선다. 세상이 오른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고 생각하면 왼쪽에 가 서고, 왼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다고 생각하면 오른쪽에 가서 선다. 내가 오른쪽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왼쪽 사람이어서도..
리시케시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맑은 갠지스 강물엔 팔뚝만한 고기들이 놀고 있었고 정원엔 산에서 내려온 공작새가 날개를 펴고 있었다. 거리는 원숭이 떼가 넘쳐났고 소와 개와 수행자가 뒤섞여 움직이고 있었다. 강건너에 다른 건물들과는 구별되는 눈에 띄는 건물이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요가 아슈람이였다. 벽에 멋진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KRIYA YOGA — THE ROYAL PATH ‘왕도라! 가슴 설레는 말이었다’ ‘요가난다라는 책을 읽고난 후부터 나의 가슴 속엔 ’크리야 요가‘가 늘 자리잡고 있었다. 요가는 한국에서 스트레칭 비슷한 동작 몇 가지를 해본 것이 전부였지만 문은 열려있었다. 아름다운 중념의 인도여성이 접수처에 앉아 있었고 신청한다고 하니 미소로 맞아주었다. 돈을 내고 2주..
아라한은 누구인가? 아라한(阿羅漢, Arahant)은 단순히 불교 교리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다.남의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도 아니다.불교에서 말하는 아라한은 스스로 보고, 스스로 닦아,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속박에서 벗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지혜를 바탕으로 한 믿음 불교의 믿음은 맹목적인 추종과는 다르다.“무조건 믿어라”가 아니라 “와서 보라(Ehipassiko)”에 가깝다.가르침을 듣되 그것으로 끝내지 않는다.직접 살펴보고, 수행해 보고, 자신의 삶과 마음에서 확인한다.스승이 길을 가리킬 수는 있어도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부처가 깨달았다고 해서 내가 저절로 깨닫는 것도 아니다.결국 수행은 자기 몫이다.괴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인간은 늙고 병들고 죽는다.사랑하는 사람과 언젠가는 헤어지고, 만나..
따뜻함과 시원함 “쿤달리니를 아십니까?” 인도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다는 현우가 물었다. 민재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알지요. 척추 아래 잠든 뱀이 깨어나 위로 올라간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행입니다.” 현우는 인도에서 몇 년을 보냈다. 리시케시의 아쉬람에도 있었고, 네팔에서는 티베트 수행자들과 지냈다. 쿤달리니 요가도 했고 뚬모(Tummo)도 배웠다고 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자기 아랫배를 가리켰다. “여기서 불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중앙 통로를 따라 위로 올리는 겁니다.” 민재는 물었다. “어디까지?” “정수리까지.” “그 다음은?” 현우가 잠시 민재를 바라보았다. “쿤달리니는 사하스라라에 이르러 의식의 전환을 일으킵니다.” “그건 목적이고. 내가 묻는 것은 올라간 기운이 그다음 ..
도현이 처음 강증산을 만난 것은 대학 재학 중이었다.물론 살아 있는 증산(甑山)을 만난 것은 아니었다.도서관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책 한 권이었다. 그 책 속의 증산은 도현이 알고 있던 종교 지도자들과 달랐다.사람을 죄인이라 하지 않았다.세상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라고 하지도 않았다.천국에 가기 위해 현세를 참고 견디라고 하지도 않았다.오히려 이 세상에서 맺힌 원한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해원. 상생. 천지공사. 후천개벽.처음 듣는 말들이었지만 이상하게 가슴에 들어왔다. 특히 한 구절이 도현을 붙잡았다. 척을 짓지 말라. 거창한 우주론보다 그 말이 좋았다.사람에게 원한을 만들지 말라는 것.남을 죽여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살리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 도현은 생각했다.이런 사람이 백 년 전에..
[구루쇼핑 2]의 핵심입니다. 기독교와 불교를 부정하고자 쓴 글은 아닙니다.오히려 살리고자 쓴 글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한 사람은 젊은 시절 교회를 떠돌았다. 성경을 읽었고 부흥회에 참석했고 방언하는 사람들 틈에서 밤새 울어보기도 했다. 예수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진지하게 믿었기 때문에 의문이 생겼다. 다른 한 사람은 절에서 오래 살았다. 선방에도 들어갔고 위빠사나도 해보았으며 티베트 승려에게 관정(觀定)도 받아보았다. 반야심경을 외우고 금강경을 읽으며 ‘무아(無我)’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내가 믿는 것이 과연 진리인가?아니면 그저 배운 것을 믿고 ..
문 : 수분(受粉)의 80%를 담당하는 벌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한다. 벌이 사라지면 식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답 : 벌이 크게 줄어들면 인류가 당장 굶어 죽는 것은 아니지만, 식량의 ‘양’보다 먼저 식단의 다양성과 영양이 크게 흔들립니다. 쌀·밀·옥수수 같은 주요 곡물은 대부분 바람이나 자가수분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이 계속됩니다. 반면 사과·배·딸기·멜론·호박·아몬드·각종 견과와 채소 종자 등은 큰 타격을 받습니다. 그리고 “벌이 수분의 80%를 담당한다”는 말은 조금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FAO에 따르면 야생 꽃식물의 80% 이상이 동물 수분에 의존하지만, 세계 농작물 생산량으로 보면 벌·나비·새·박쥐 등 동물 수분이 영향을 미치는 비중은 약 35%입니다. 세계 주요 식용작물의 ..
소설 『구루쇼핑』이 출간되었습니다. 민정암 선생께서 집필하신 일곱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소설입니다.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 순차적으로 등록·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온라인 서점의 경우 현재 교보문고, 알라딘, YES24, 영풍문고에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스승과 깨달음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 그리고 그 마음을 파고드는 ‘구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의 필독서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겠습니다. ^^ 어른들이 읽는 동화 같은 이야기. 재미있고 술술 읽히지만, 그 속에는 생생한 질문과 교훈이 들어 있습니다. 읽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되고, 다시 펼쳐도 쉽고 재미있습니다. 복잡하고 답이 없어 보이는 질문에 대해 추상적인 이야기나 뻔한 모범답안에 머물지 않고, 쉽고 ..
준호는 무엇이든 오래 생각하는 사람이었다.정확히 말하면, 생각하는 동안에는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생각을 좋아했다. 책을 사면 밑줄을 그었고, 좋은 강연을 발견하면 저장했다. 수행에 관한 책도 수십 권 읽었다. 명상, 호흡, 요가, 기공, 선, 단전, 마음공부…. 그의 책장에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아침이면 몸이 무거웠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났다. 돈 걱정이 생기면 며칠씩 마음이 흔들렸고, 누가 싫은 소리를 하면 밤늦도록 그 말을 되씹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그렇게 수행 책을 많이 읽었는데 뭐가 달라졌어?” 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대신 말했다. “아직 나한테 맞는 방..
“거지는 밤마다 부자가 되는 꿈을 꾸고, 부자는 밤마다 거지가 되는 꿈을 꾼다.” 거지는 따뜻한 방과 배부른 밥상을 꿈꾸고, 부자는 가진 것을 하루아침에 잃는 꿈을 꾼다. 사람은 없는 것을 꿈꾸고, 가진 것은 잃을까 두려워한다. 어느 부자가 길을 가다가 다리 밑에 웅크리고 있는 거지를 보았다.한겨울이었다. 거지는 낡은 담요 한 장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부자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 함께 갑시다. 따뜻한 방도 주고 끼니 걱정 없이 살게 해주겠소.” 거지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부자를 따라갔다.정말로 천국 같았다.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새 옷을 입었다. 아침이면 밥상이 차려졌고, 저녁이면 따뜻한 방에 이불이 깔렸다. 비가 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눈이 와도 잠자리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