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요가] 푸루샤와 프라크리티 본문
<이원론으로서의 푸루샤와 프라크리티>
인도 육파철학 중 상캬 학파는, 이 우주에는 하나가 아닌 '두 개'의 근본 원리 혹은 실재(實在, reality)가 있다고 생각했다(이원론, dualism). 푸루샤(purusha)와 프라크리티(prakriti)가 그것인데, 푸루샤는 순수의식(pure consciousness) 혹은 신아(神我, Spirit)이고, 프라크리티는 자연(自然) 혹은 자성(自性)이다. 샹카 학파에 따르면, 푸루샤는 순수의식으로서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고 프라크리티를 관조할 따름이다. 지바(jiva; 생명체)란 푸루샤와 프라크리티가 결합된 형태이며, 푸루샤가 프라크리티를 자기 자신으로 동일시할 때 무지와 고통(苦)이 생겨난다. 푸루샤가 프라크리티를 자기 자신으로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목샤(moksha; 해탈)이다. 하지만 푸루샤는 불변순수이기 때문에 해탈에 의한 변화는 없다.
아래 그림은 상캬 철학에서 프라크리티의 전개 과정이다. 프라크리티는 질료인(質料因)이며, 물질계 및 현상계의 근원(root)이다. 오대(五大, 지·수·화·풍·공) 및 인간의 육체 뿐만 아니라 지능(buddhi), 에고(ahamkara), 마음(manas)의 작용까지 프라크리티에 포함된다. 물질계·현상계는 프라크리티를 포함하여 총 24개 요소로 이루어져있다. 즉, 푸루샤까지 포함시키면 우주는 25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있다.
<상캬 철학에서 프라크리티의 전개 과정>
푸루샤와 프라크리티는 둘다 근원이기에 영원불변하다. 두 개의 근원이 합해지면(fusion), 이것은 부디(buddhi; 지능, intelligence)와 아함카라(에고, ego)의 출현을 일으킨다. 부디로부터 아함카라, 그리고 아함카라로부터 마나스(意, 오감과 연결된 단순한 마음작용) 또는 탄마트라가 전개된다. 마나스는 다섯가지 인식감각기관과 행위기관으로 전개되고, 탄마트라(다섯 가지 미묘한 원소)는 마하부타(다섯 가지 대원소)로 전개된다. 프라크리티는 그 자체를 직접 드러내지 않으며, 오직 그에게서 전개되어 나온 것들로 세상에 발현된다.
푸루샤는 순수하여 성질 혹은 특성(qualities)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자연 즉 프라크리티는 세 가지 성질, 즉 구나(guna)를 가진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의 성질은 세가지 구나의 조합 및 배합으로 이루어지며, 세상 어떤 것도 100% 사트바이거나 100% 라자스, 혹은 100% 타마스적이지 않다.
- 라자스(rajas): 창조(creation), 에너지, 활동, 열정
- 사트바(sattva): 유지(preservation), 좋은 것, 밝음, 조화
- 타마스(destruction): 파괴(destruction), 무기력, 어둠, 무감각
아함카라로부터 하위 요소가 전개되어 나올 때, 타마스가 우세하면 탄마트라로, 사트바가 우세하면 마나스 쪽으로 전개된다.
상캬의 철학은 중국 및 한국 철학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과 그 견해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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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론으로서의 푸루샤와 프라크리티>
한편, 이원론이 아닌 일원론을 주장하는 네오-베단타 학파(근현대의 통합적 힌두이즘으로서 아드바이타 베단타가 중심 사상임)에서도 푸루샤와 프라크리티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상캬 철학과는 미묘하지만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일원론을 주장하는 학파에서는 브라만(Brahman)은 푸루샤이며, 푸루샤는 단 하나의 궁극적 실재로서 프라크리티(자연, 현상계)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즉, 푸루샤는 물질적, 현상적 세계를 포함한 모든 것들의 근원인 것이다. 1900년대 유명한 요기였던 파라마함사 하리하라난다는 그의 저서 '크리야 요가'에서 프라크리티를 우주를 이루고 있는 25개의 요소에 독립적으로 포함시키지는 않았으나, 다만 그것을 아래 24개 요소들의 조합으로 보았다. 이것은 프라크리티를 독립적 실재(혹은 근본 원리)로는 인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다양한 힌두철학을 하나로 통합(네오 베단타)시키려는 당대의 흐름에 맞추어 상캬 철학을 융합 및 수용하기 위한 묘책이었을 것이다. (필자의 해석임)
*프라크리티를 이루는 24개 요소*
- 오근(Jnanendriyas): 안의비설신
- 오경(tanmatra): 색성향미촉
- 다섯 개의 행위기관(karmendriyas): 말하기, 손, 발, 생식기관, 배설기관
- 다섯 가지 대원소(panca-maha-bhuta): 지수화풍공
- 네 가지 내적도구(antahkarana): 치타(citta), 아함카라, 부디, 마나스
상캬 학파의 프라크리티와 비교하면, 다른 요소들은 동일한데, 물질계의 근원적 실재 및 원리인 프라크리티가 빠지고 치타가 포함되었다. 치타란, 의식(consciousness, 산스크리트어 cit의 문자적 의미는 '의식'이다), 기억, 생각, 마음, 집중, 주의를 기울이는 것, 면밀히 살피는 것 등 복합적인 의미로서 단순한 마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님을 밝혀둔다.
<육신, 프라나, AUM(육체, 유체, 인체)의 상관관계도: 파라마함사 하리하라난다>
*참고: 산스크리트어 buddhi(बुद्धि, 부디)는 영어로 intellegence(지능)으로 번역되고,
bodhi(बोधि, 보디)는 enlightenment(깨우침, 깨달음)으로 번역된다.
*물리학에 비유한다면...상캬 철학은 고전역학(거시세계를 다루는 물리학), 네오베단타는 양자역학(미시세계를 다루는 물리학.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푸루샤를 완전히 이해하는 순간 이원론과 일원론은 통합될 것이며(통일장이론에 해당), 이 통합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空을 모르기 때문이다. 공이 무엇인지 아주 정확히 증험하지 못하면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가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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