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요가] 진화에 대하여 본문

선도와 요가

[요가] 진화에 대하여

thedaywemet 2017. 4. 17. 00:31

생명체의 진화: 설계자가 없는데 설계자가 있는 것처럼 진화했다


한때 우리는 지구가 평평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는 둥글고, 이 커다란 것이 공중에 떠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으며,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같은 행성이 전체 우주에 아주 많다는 사실을…… 심지어 인간과 비슷한, 혹은 더 우수한 형태의 지적 생물체(외계인)가 다른 행성에 존재할 가능성 또한 크다는 것을. 나는 과학이 신비주의를 축소시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꿈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지 명백히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꿈같은 세상이란, 보통의 일차원~사차원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이 시대 물리학자들은 10차원 이상의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모든 물리법칙의 하나된 이론(초끈이론; 모든 물리학 법칙을 통합하는, 물리학의 가장 궁극적인 이론)이 어째서 물리적이지 않고 ‘추상적’인지 난감해하고 있는 중이다…


물리학이 신의 존재를 개입시키지 않고도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데 성공하였듯이, 이 시대의 생물학 역시 창조자나 어느 인격신(personal god)의 뜻이 아닌 ‘자연적 현상’으로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진화학에 따르면, 인간은 침팬지에서 진화하였고, 침팬지를 비롯한 포유류는 파충류에서, 파충류는 첫 육지 동물로부터, 육지 동물은 습지 동물로부터, 습지 동물은 첫 다세포 생물(아메바 등)로부터, 다세포 생물는 단세포 생물로부터, 그리고 단세포 생물은 박테리아와 고세균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진화의 전과정이 명명백백히 증명된 것은 아니다. 사실, 진화를 직접 실험실에서 재현해보이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진화는 지구 나이의 세월 동안 아주 천천히 일어난 것이고, 또 그때 그 시절 지구 환경을 똑같이 모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최근 5년에서 20년 동안 대장균을 장시간 배양하면서 진화 관련 실험을 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진화의 가능성을 아주 조금 엿보기는 – 특정 자극을 주며 키웠을 때 그것에 관련된 보통의 대장균이 갖지 않는 특성을 획득 – 했지만, 대장균이 다른 '종'으로 진화(대진화)했다는 사실이 보고된 적은 없다. 많은 학자들이 진화와 관련된 실험을 하였지만, 모두 간접적인 증거일 뿐, 새로운 종의 탄생을 직접 목격한 적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로 인류가 탄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진화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구에 어떤 생명체들이 있었는지는 화석을 통해 알아낼 수 있고, 그 결과 생물종은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으로 시간에 따라 차근차근 생겼다는 것을 알아내었기 때문이다. 단, 현대 진화론이 모든 것을 밝혀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진화의 메커니즘을 다 이해하지 못했고, 아직 대략적으로만 설명할 뿐이다. 


기독교에서의 창조론이 설득력을 잃은 뒤, 신앙인 중에서는 새로이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창조론은 너무 급진적으로 인간의 출현을 이야기하였으니, 이보다는 점진적으로 서서히 인간을 다른 ‘누군가'가 디자인했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19세기 초 영국 성공회 신부였던 윌리엄 페일리는, "우리가 들판에서 시계를 보았다면, 목적에 대한 적합성은 그것이 지성의 산물이며 단순히 방향성이 없는 자연적 과정의 결과가 아님을 보증한다. 따라서 유기체에서의 목적에 대한 놀라운 적합성은, 전체 유기체의 수준에서든 여러 기관의 수준에서든 유기체가 지성의 산물임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이름하여 시계공 논증이라 한다). 즉, 인간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제작자’가 설계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인간이 처음에 수레를 만들고, 그 후에 자전거, 오토바이, 자동차, 기차, 비행기 순으로 발명한 것처럼, 그런 순차적 방식으로 다른 무엇인가(하나님)가 인간을 설계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대 생물학 관점에 따르면 맞지 않다. 왜냐면 진화를 일으키는 주요 과정은 돌연변이, 자연선택, 적자생존인데,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고등동물(인간)이 출현한 것이지, 고등동물이나 인간을 출현시키겠다는 의도나 방향성은 자연계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하등에서 고등 생물이 출현한 것은 맞지만, 지구 환경이 복잡해지고, 또 적자 생존을 하다보니 우연찮게(?) 자연스럽게(?) 고등 동물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진화란, 생물이 점진적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지, 하등에서 고등으로 올라가는 것만이 진화가 아니다. 예를 들어, 퇴화(꼬리의 퇴화, 털의 퇴화 등)도 진화이기 때문이다. 즉, 현대 생물학에서 밝힌 바로는 진화에는 방향성이 없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 동물을 출현시키겠다는 ‘의도’도 없고, 따라서 당연히 ‘설계자’는 설 자리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현상학적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진화가 그저 골라잡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맘먹고(의도를 가지고)’ 일어난 결과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에는 설계자가 없는데, 그래도 꼭 설계자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수레에서 시작해 비행기를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무신론자이자 진화학자로 유명한 리차드 도킨스는 창조론자들을 반박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화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진화가 산의 절벽을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절벽을 올라가기는 힘들어도, 완만한 능선을 타고 오르면 얼마든지 산의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비행기의 설계자인 인간도 그렇게 수레부터 시작하여 하늘을 날게 되었으니까. 즉, 창조론자들을 반박하기 위한 이 도킨스의 설명에는 오류가 있다. 첫째, 진화란 이미 있는 산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없는 산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애초에 고등 동물이라는 것이 출현한 상태에서 생명의 기원이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 진화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 진화는 사실이니까 –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어째서 자연계는 굳이 없는 산(생명의 기원)을 만들고 그것을 더 높이높이(인간으로의 진화) 쌓았냐는 것이다. 진화학자들은 진화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생존과 번식’으로만 따지자면 사람보다는 단순 박테리아와 고세균에 머무르는 것이 훨씬 유리하며, 또 애초에 생명체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될 일이다.


진화론에서는 많은 장애물을 극복하고 생물계에 진화가 일어나게끔 하는 원동력을 '오랜 지구의 역사' 그리고 '우연'에 의존한다. 즉, 진화를 ‘수동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말 진화가 수동적이기만 한 과정일까? 그렇다면, 인천 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목적지 없이 운행하였을 때 어느날 뉴욕에 도착하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산 중턱에 서있는 사람이 앞을 보지 않고 길을 걸었을 때 산 정상에 올라가 있을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뉴욕에 가려고 작정하였다면, 또 산 정상에 올라가려고 작정하였다면, 결국 언젠가는 그 목적(진화)을 이루겠지만, 그러한 의도가 없는 한, 아무리 시간이 오래 흘러도 확률은 0일 것이다.


태어나면 늙는 것처럼, 높은 곳에 있는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있다. 하지만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는 일처럼 시간과 우연에 의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진화는 퇴보가 아닌 고등생물체로서의 진보이다. – 진화에 방향성이 없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박테리아는 고등 동물로 진화하였다 – 진보는 목적 의식(motivation)과 의도, 방향성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즉,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무생물에서 생물이 나오고, 아메바에서 인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인가? 


나는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연에 의한 돌연변이’, ‘적자생존’, 그리고 ‘자연선택’이라는 어쩌다가 일어난 ‘수동적’인 과정만으로는 진화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힌두 철학이 진화의 원동력을 언급한다는 점이다. 힌두이즘은 모든 존재가 스스로를 자각하기 위해 윤회를 거듭하고, 마침내는 돌이 신(God)으로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이 세상에는 살아있지 않은 것이란 없으며, 무생물을 포함한 모든 것에는 의식이 깃들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의식을 자각(스스로 아는 것)하는 것이 깨달음이고, 밝음인 것이다. 그리고 자각하지 못하면(무지, 무명) 결국 고통이라고 이야기한다. 윤회가 말도 안되는 영혼의 환생이나 탈바꿈을 이야기한다고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존재를 자각하는 것이 우주 삼라만상의 본성임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라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볼 만하지 않겠는가? 즉, 모든 존재가 스스로를 깨닫기 위해 결국 인간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라고…


지구가 스스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또 자전하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언젠가는 지구와 우주의 모든 존재가 스스로를 설계하고 진화시켰다고 말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무위자연). 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다면, 그것은 각자가 알아서 깨닫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의미가 있다고 하면 과학이 아닌 신앙이 되고, 의미가 없다고 하면 또 영영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