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먹어봐야 맛을 알지 본문

달과 손가락

먹어봐야 맛을 알지

thedaywemet 2018. 4. 5. 16:41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다. 그러나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목이 마르지 않은 말은 물장난만 할 것이다.


스승은 밥상을 차려줄 뿐, 제자가 아직 어려 밥 먹는 것이 서툴어도 대신 먹어주진 않는다. 그리하면 평생 제자는 밥맛을 모르고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밥을 맛나게 먹으려면 우선 배가 고파야 한다. 배고프지 않으면 식당에 가지 말라. 그리고 식탁에 앉았다면 머리는 쉬고, 눈과 코, 혀 그리고 배로 먹으라. 여기선 어떤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


식탁에 앉으면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라. 레시피가 무언지 이해하려 하지 말라. 그것은 나중에 당신이 요리를 할 때 필요한 것이다.


단순해져라. 짜면 짜다하고, 싱거우면 싱겁다 하라. 괜히 맛있는 척 할 필요는 없다.


입에 맞는 것부터 먹기 시작하라. 그리고 식사 중에 쓸데없는 생각은 금물이다. 밥맛 떨어진다.


이미 당신 앞에 깨달음의 밥상이 차려져 있다. 또 다른 밥상을 차리려 하지 말라. 식탁에 앉았으면 일단 음식에만 집중하라.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지 말라. 정신 사나워진다.


스승은 영양식을 준비하는 쉐프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수저를 들어라. 스승을 의심하지 말라. 음식엔 전혀 독이 들어 있지 않다.


더러는 스승이 이런저런 비유만 들고 핵심은 피한다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을 것이다. 고생시키지 말고 대신 씹어 소화까지 시켜주면 좋겠는데...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승이 자제하고 있음을 알라. "이거야"라고 찝어 말해주고 싶어도 그리하면 제자가 영영 철이 들지 못할거란 것을 알고 있다. 직접 먹지 않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것이 낫다.


그러기에 스승은 이 반찬 저 반찬으로 밥투정하는 제자를 꼬드기며 스스로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직접 먹어보지 않고 설명만 들어서는 배가 부르지 않고 음식 맛도 알 수가 없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마라. 그냥 바로 見性해 버려라.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태복음 5:8)>

728x90
반응형

'달과 손가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견성  (1) 2018.05.06
나는 존재하는가?  (1) 2018.05.06
깨우침을 위한 쉬운 요령  (2) 2018.04.02
번뇌에 대하여  (2) 2018.04.02
초능력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1) 2018.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