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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존재감과 진아

thedaywemet 2018. 3. 12. 20:58

인간은 존재감(存在感)으로 산다. 누구로부터 나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것은 아이나 노인이나 마찬가지다. 


가급적 좋은 존재감이면 더욱 좋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부정적인 존재감이라도 상관없다. 단지 존재감이 필요한 것이다.


존재감은 삶의 활력소가 된다. 울어대는 아이나, 사랑을 구하는 젊은이나, 손자가 보고싶은 노인이나 모두가 절실한 존재감 때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성취하려 하고, 무언가를 가지려 하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일...그것이 안되면 타인을 폭행하고, 심지어 요즘 미국에서 자주 일어나는 총기난사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존재감과 연관이 있다.


남에게 인정을 받을 때나,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행복해지는 것도 존재감 때문이며, 사업의 실패, 명예의 상실, 소외감, 자책감, 우울증 등으로 비롯되는 자살 역시 존재감과 별개는 아니다.


'나'라는 존재감이 진아(眞我)이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러나 그 놈이 무언가, 누군가가 있어야만 존재가 가능한 것이라면 그것을 과연 '眞我'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가져야 하고, 되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고, 기억되어야만 하는 것이 '그것'이라면 그것을 깨달음이라 할 수 있을까?


가지지 않아도, 아무개가 되지 않아도, 인정을 받든 못받든, 기억이 되든 말든, 오롯이 존재하는 것, 그런 것이야말로 진짜 내가 아닐까?


그것은 태어나지도, 사라지지도, 때가 묻지도, 깨끗하지도, 늘어나지도, 즐어들지도 않는다는(不生不滅 不拘不淨 不增不減) 가르침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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