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영계(靈界) 본문
사람이 죽은 뒤에 영혼이 가서 산다는 세계를 영계(靈界)라 부른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영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산다고도 하고, 지금 여기서 영계를 보면서 산다고도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니 그런가 보다 할 뿐, 받아들이기가 몹시 난감하다. 사람마다 설명하는 영계가 다르므로 주관적 영역이 아닌가 생각할 뿐이다.
영(靈)은 신령(神靈), 팔방(八方), 하늘 구름의 신(神)이라고도 하고, 영혼(靈魂) 혹은 죽은 사람의 혼백(魂魄)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얼마나 유용(有用)할까?
붓다는 존재 속의 인식 작용, 육근(六根)·육경(六境)·육식(六識)을 합한 18가지(十八界)가 모두라고 했으며, 있는지 없는지 우리로선 가늠할 수 없는 그다음 세계는 지금의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했다. 십팔계(十八界)란 눈·귀·코·혀·피부(살)·마음(뜻)의 6종의 감각기관, 즉 6근과 그 대상인 물질[色]·소리[聲]·냄새[香]·맛[味]·촉감[觸]·현상[法]의 6경, 그리고 이 6근·6경을 연(緣)으로 하여 생기는 6가지 마음의 활동, 즉 안식(眼識)·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 등의 6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의 관심사는 이 십팔계(十八界)에서 그쳐도 충분하다. 영혼이 가서 산다는 곳은 죽어서 따져 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십팔계를 온전히 파악한 것을 가리켜 '깨달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깊은 Samadhi(禪定)가 아니고 초선(初禪)만 장악해도 깨닫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 바퀴 두 개면 갈 수 있는 자전거에 바퀴를 열 개 단다고 더 잘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차체가 무거워 힘만 더 들 것이다.
죽은 후의 세계(世界), 영계(靈界), 신계(神界)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는 지금 여기서 활활발발(活活發發) 하는 현실(現實), 십팔계(十八界)를 깨우치는 데 치중해야 한다.
십팔계를 더욱 줄여서 사념처(四念處: 身受心法)면 충분하다고도 하고, 깨달음을 얻는데 제대로 기능하는 견문각지(見聞覺知) 네 개면 충분한 정도가 아니라 남고 쳐진다고 선지식(善知識)들은 말한다.
영계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가 현실 생활은 소홀히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영계(靈界)나 전생(前生), 다음 생을 챙기느라 현실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몸과 마음, 그리고 그 둘을 작용시키는 에너지(氣)를 빼고 무엇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단 말인가?
그것을 선도(仙道)에서는 정(精), 기(氣), 신(神)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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