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늑대와 똥개 본문
금강경(金剛經)을 통달하였노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정중히 가르침을 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가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거부한다면, 그가 일상생활 가운데 주로 어떤 말을 하며 살고 어떤 행동거지를 쓰며 사는지를 보면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더 가지려 하고, 더 좋은 자리에 올라 대접받으려고만 한다면, 그때부터 그에 대해서는 신경을 끊어도 좋습니다.
일부에서 금강경을 가리켜 비불설(非佛說)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나, 금강경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수행자(修行者)라면 한 번쯤 읽고 숙지하여야 할 책이 금강경입니다.
세상이 밝아지면서 깨달았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진위(眞僞)를 따지기에 앞서서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더 많이 많이 그런 사람들이 나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세상은 더 밝고, 맑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똥개가 할지라도 늑대들과 어울리면 늑대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똥개의 몸속에도 여전히 늑대의 피는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깨달았다고 주장할지라도 그가 보시(布施)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아니 안다고 해도 전혀 보시의 취지와 다른 생활을 하고 산다면, 그의 깨달음에는 이미 곰팡이가 핀 것입니다.
늑대라 할지라도 똥개들과 어울리면 똥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혹시라도 똥개 짓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살펴야 합니다. 나의 말과 행동 중에 똥개의 모습이 보인다면 신속히 늑대들의 무리에 합류해야 합니다. 그것을 게을리하면 영영 똥개 노릇을 벗어나기 어렵고, 똥개로 생을 마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번 깨우쳐 체험이 있었다고 공부가 다 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놓아서는 더욱 안 됩니다. 좀 더 폭넓고 다양하게 다른 가르침들도 함께 검토하면서 나의 깨달음의 경계를 더 깊게,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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