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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ji Yoga/3. 깨달음 (Enlightenment)

깨달음의 경계

thedaywemet 2018. 2. 26. 10:21

깨달음의 경계


체증(滯症)이 모두 내려가 버린 듯...밑이 쑥 빠져 버린 듯 너무나 시원한 기분, 세상 이치가 모두 알게 된듯한 자신만만함, 내가 사라진듯 얽매어 있었던 것으로부터의 해방감, 표현하기 어려운 고요함 속의 안정감, 에너지가 넘치는 가벼운 몸, 발이 허공을 딛는 것 같은 느낌, 눈이 밝아진 듯 사물이 초롱초롱하게 보이고, 미래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신감, 天上天下唯我獨尊의 느낌, 그리고 한없는 행복감...


수행자에게 이런 신비스런 체험이 일어나면, 통상 '드디어 나에게도 깨달음이 왔구나! 고생은 끝났고, 이제부턴 행복 시작이야'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하(敬賀)할 일이다. 결코 그것에 대고 초를 칠 생각은 없다.


그러나...그런 것들은 단지 지나가는 현상이다. 그러므로 오래지 않아 그 역시 지나가고 말 것이다.


부풀었던 것이 꺼지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단지 경계(境界)를 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깨달음의 본처(本處)가 아니고 예고편이다. 그 설레임은 이제 일학년 입학을 알리는 것이다. 이제부터 선생님 가르침 잘 따르고 꼬박 꼬박 숙제를 잘하면 낙제하지 않고, 이학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정신차려야 한다. 편안하고 넉넉한 그 기분에 빠져 똥오줌 못가리고 마치 무엇이라도 된 듯, 세상 물정 모르고 나태하게 지내서는 오래지 않아 또 다시 헛세상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깨달음의 체험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들은 일률적이지 않다. 사람마다 각기 자기의 조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더러는 마치 경천동지(驚天動地)가 일어나고, 하늘에서 꽃비가 내릴 수도 있지만, 그저 밋밋하기 짝이 없는 고요함일 수도 있다. 


더러는 알음알이가 열리면서 몇가지 신통방통한 일이 있기도 하지만 평소에 가끔 느꼈던 편안함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도 있다.


한동안 말을 잃을 정도로 행복감에 빠져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간단할 줄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 감격에 눈물을 쏱는 사람, 그러다 마치 미친 것처럼 깔깔 웃어대는 사람...그 양상이 실로 다양하다.


그러나...기대하지 말라. 당신에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섭섭해 하지 말라. 체험은 단지 체험일 뿐, 깨달음의 중심은 아니며 마음 한구석의 境界를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체험이 있었다고 자만하지 말라. 오히려 마음을 다잡으라. 이학년 공부가 있다.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공부의 맥(脈)이 보여야 맞다. 


그때부터 다른 세상을 살게 된다. 그저 기쁘고 감사한 마음 뿐, 불만들이 모두 힘을 잃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주변의 일들이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풀려 나갈 것이다. 


당신의 체험이 헛되지 않고, 당신이 진정 깨달음과 인연이 깊은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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