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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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봄이 오면 꽃 피고

thedaywemet 2019. 12. 27. 08:00

 

보고, 듣고, 느끼는 대상(對象)은 내가 아니다. 그것을 알아채고 있는 놈이 바로 나다.

알아채는 그 놈은 이 몸, 이 마음에 속하여 있지 않다. 그에게 이 몸과 마음은 나로부터 비춰지는 그림자이다. 

대상은 내가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공부는 시작한다. 그다음은 대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나는 여여(如如)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 몸과 마음도 수시로 변하고 있다. 늘 말하듯, 그것은 단지 내가 알아채는 대상에 불과하다.

몸과 마음이 나라고 알고 있어서는 매우 곤란하다. 그것과 떨어져, 그것을 보고 있는 내가 확실해질 때, 비로소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즈음이 되면 그것들을 그대로 두어도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것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때부턴 모든 것은 자연에 맡겨진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게 된다. 만사가 손대지 않아도 물 흐르듯 굴러간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 오면 낙엽이 진다.

거기서 내가 하는 일은 점점 더 놀이로 변해간다. 이미 신선(神仙)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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