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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오호 선재라!

thedaywemet 2019. 12. 23. 08:00


공부처에는 불상(佛像)을 모시지 않는다. 법상(法相)도 짓지 말라 하였는데, 그것 역시 상(相)이기 때문이다. 

부처상에 절하지 않는 수행자를 여럿 보았다. 변(辯)인즉, 싯다르타도 깨닫기 전에는 자기와 다를 바 없는 중생(衆生)이었으며, 잠시 후엔 자기도 깨달아 부처가 될 터이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한편 일리(一理)가 있는 말이구나, 생각했다. 물론 싯다르타는 존경받아 마땅한 스승이지만 그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었을 뿐이다. 그 후 각자 알아서 찾아가는 것이 깨달음의 길이다.

나 역시 처음에 큰스님으로부터 화두(話頭)를 달랑 받았을 때 도통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주소 없이 '서울 김 서방'을 찾는 것과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서울 김 서방'이 바로 '나'였으니 그때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누구에게 길을 물어서 골목 안쪽 소줏집을 소개받았다 하자. 그랬다고 소줏집을 안내해준 그의 사진을 찍어 라이브러리에 보관하지는 않는다. 

소주 한잔 입에 넣는 순간 그를 깨끗이 잊어버리듯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 부처를 잊어야 한다. 당신이 바로 부처이니 말이다.

아마도 부처님은 분명 그리하는 사람들에게 "오호 선재(善財)"라고 크게 기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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