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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子 이야기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

알아챔 2019. 12. 6. 14:03


이름이란 사물을 가리키기 위해 임시로 빌려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나 시간, 장소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일한 사람을 ‘그 사람’, ‘아무개 씨’, ‘아들’, ‘그놈’, ‘김 부장’, ‘김 선생’, ‘그이’, ‘여보’, ‘아빠’, ‘자기’, ‘오빠’ 등등 그때그때 그 장소 그 장소에서 부르는 이름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이름만으로는 정확하게 그 사람을 지칭할 수가 없습니다. 


노자가 말하는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은 무어라 이름하든 허락하겠지만, 그 이름이 당체(當體)를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말한 것입니다. 노자가 첫머리에서 도(道可道非常道)를 이야기한 직후 바로 명가명비상명을 말한 이유는 도(道)에 대하여 함부로 이야기하지 말라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아차 한번 잘못 이야기해 주면 도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평생 찾아 헤매고도 까마득한 바보가 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온통 도(道)로 가득합니다. 서점에 가보면 서가(書架) 하나가 온통 도에 대한 책으로 가득하며, 길을 걷든, 어디를 가든, 온통 도로 넘쳐납니다. 세상엔 깨우쳤다는 사람도 너무 많습니다. 별별 해괴한 주장을 가지고 높은 곳에 좌정하시어 자신은 각자이니 불쌍한 중생들은 자기 말을 믿으라고 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도는 우리 눈앞에 바로 전개되는 것이어서 믿을 필요가 없는 것인데 말입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를 ‘도를 도라 하면 도가 아니다’라고 번역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럼 도를 도라 하지 않으면 뭐라 해야 하나요? 사실은 뭐라고도 하기 곤란합니다. 도 역시 임시로 빌려온 이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이 도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크게 낭패를 본다는 말이지요.

 

노자가 말하는 상도(常道) 역시 이름입니다. 십자가나 불상도 단지 모양일 뿐, 실제 예수, 석가가 아닙니다. 그것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오해로 인해 조선 말기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종이에 그린 예수 초상(사실은 실제 예수 모습인지 알 수도 없다)을 밟고 지나가지 못해 개죽음(목 베임)을 당했습니까?

 

이름은 그 사물의 실제가 아니라 단지 그림자일 뿐입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합니다. 2500년 전에 노자는 분명하게도 밝혔건만, 오늘날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하느님'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이 하나에서 열까지, 열에서 전부가 모두 이름일 뿐임을 꿰뚫어 알아야 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허깨비를 가지고 꼭두각시놀이는 그만해야겠습니다. 

 

현상계를 읽고 이해하는 것은 모두 각자의 생각이고, 관념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생각대로 읽고 받아들입니다.

 

한쪽은 촛불을 들고, 한쪽은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꿈꾸는 한 정치가는 전직 대통령이 뇌물 먹고 자살했다고 주장하여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말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모든 것, 있다는 것도, 없다는 것도 모두 말일 뿐, 실체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시비 붙고 핏대 올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추운 겨울날, 목불(木佛)을 도끼로 빠개 불을 때는 한 중이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다른 중이 소리 질렀습니다.

“아니 스님 미쳤습니까? 지금 스님 무슨 짓을 하고 있습니까?”

불 때던 중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습니다.

“보면 몰라요? 지금 부처님 다비(茶毘)를 하고 있잖아요. 사리(舍利)가 얼마나 나올는지?”

“아니, 나무 부처상에서 무슨 사리가 나와요?”

“그럼 부처도 아니지...”


- 2017.0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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