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쓸고, 닦고, 치워라.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본문
사람의 뇌는 컴퓨터랑 매우 흡사합니다. 분명 물리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신기능을 갖추고 있지요. 사람의 뇌도 분명 물질입니다.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의 전기신호가 정신기능을 가능하게 하지요. 그래서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개발도 가능한 것이고요.
국내회사가 개발한 '알약'이라는 백신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사용해보면 (1) 실시간 바이러스 감염 탐지 기능, (2) 컴퓨터 메모리 정리 및 최적화 기능 (3) 빠른 검사 및 정밀검사 등의 기능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컴퓨터가 악성코드 및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인터넷 사용기억이 무분별하게 저장되어 컴퓨터 메모리가 쌓이고 속도가 느려지기도 하죠.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사용해 관리하면 오랫동안 원래 성능대로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사람들의 뇌는 '알약'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을까요?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해로운 생각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실시간으로 검사하고, 쓸데없이 머릿속을 뱅글뱅글 맴도는 기억, 혹은 왜곡되고 조각난 기억은 과감히 삭제하고, 때로는 신속하게, 때로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스캔해서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느냐는 겁니다.
부정적인 생각은 바이러스와 같아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타고 흐릅니다. 상처를 전파하면 상대방도 상처를 받고, 짜증을 내면 듣고 있는 사람도 짜증이 나지요. 우울한 사람과 같이 있으면 같이 우울해지기도 하고요. 그런 사고를 스스로가 딱 알아보고 바로바로 컨트롤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유익할까요.
또, 도움이 되지 않는 잡념, 걱정뿐인 걱정, 결코 해결되지 않는 고민, 후회와 미련, 나도 모르게 갖혀버린 어릴적 트라우마, 내 발목을 잡는 두려움, 이런 것들을 과감히 삭제해 버릴 수 있다면 삶의 무게는 훨씬 가벼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머릿속의 큰 부분을 잡아먹고 있는 무거운 생각들이 사라지니 현재 순간에 훨씬 더 집중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때때로 자신이 근래에 품고 사는 각종 생각들을 깊이있게 바라보면서 왜 그런 생각이 시작되었는지, 그 뿌리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질문한다면 삶 자체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 해결이 되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도 있겠습니다.
또 한 가지, 알약의 중요한 특징은 스스로가 온라인으로 늘 '업데이트'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더 교묘해지는 악성코드들을 두루 치료할 수 있고, 현재 성능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속 더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죠.
컴퓨터가 할 수 있으면 인간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면 인간은 자신을 본따서 컴퓨터를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알약같은 프로그램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면 무엇이든 망가지기는 쉬운 법이니까요. 그냥 마땅히 별다른 의도가 없다면 더 쉬운 길, 즉 망가지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지요.
좀 더 설명하자면, 창조하거나 유지하는 것보다 파괴와 소멸이 더 쉽고, 진보보다 퇴보가 쉬우며, 부정이 긍정보다 쉽고, 아픈 것이 건강한 것보다 쉽고, 성공할 이유보다 실패할 이유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쉽다는 것은 별다른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요. 마찬가지로, 활짝 깨어있는 것보다 가끔씩만 깨어있는 것이 쉽고, 가끔씩 깨어있는 것보다는 늘 착각하며 사는 것이 편한 것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알약과 같은 생각 감시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사람은 컴퓨터보다 불리한 게 있습니다. 컴퓨터는 악성코드 삭제가 더이상 불가능하다거나, 심각한 시스템 에러가 생기면 포맷하고 즉, 예전의 기억을 싹 다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컴퓨터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포맷을 할 수 없죠.
그래서 사람은 더더욱 알약과 같은 기능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알약같은 프로그램이란 바로 '자아성찰'이겠지요. "솔직하게 자신 자신과 대화하는 것". 귀찮고, 왠지 하기 싫고, 시간을 내야하고, 공을 들여야 하는 것. 그러나 안하면 정신이 너무 빨리 늙어버리는 것. 사고가 굳고, 고집이 세어지고, 독단과 편견에 빠지고,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말이 안 통하는 것. 불행해지고, 억울하고, 집착이 커지고, 사람들이 그 사람을 서서히 기피하도록 만드는 것.
자아성찰은 자신을 홀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망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아주 솔직해지는 것, 때론 내가 영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나의 사고와 행동을 깊이 의심하는 것, 그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 없이는 할 수 없으니까요.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의 회초리를 드는 것처럼요. 자기 자신보다 돈이나 명예에 관심이 많을 때는 자기 자신을 점검할 시간이 없습니다. 돈과 명예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요? 글쎄요, 그건 자아성찰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겠죠. 아니면 부와 명예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쓸고 닦고 치워라.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머릿속을 쓸고, 닦고, 치워라.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자아성찰을 보다 일상적인 단어로 표현한다면 '청소'는 어떨까요?
머릿속의 청소. 정신의 청소. 마음의 청소.
그러다보면 생각의 틈새, 생각들의 사이사이 간극이 드러날테고, 그것은 열린 시야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처음에 한동안은 청소하다 먼지가 너무 나서 숨쉬기도 힘들고 오히려 더 많이 힘들수도 있겠지만 청소가 계속될수록 그런 현상은 사라질 것입니다.
깨끗한 빈 공간이 드러나면, 이제 그 공간에는 더 좋은 것, 더 좋은 생각을 들이면 됩니다.
방은 아주 크고, 방은 언제나 비울 수 있는 것이니까요.
스스로를 검사할 수 있다는 것, 자기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람의 머리가 가진 신비로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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