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나의 실체 본문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바로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질문 자체가 막연하고, 둘째,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나’란 것엔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 덧입혀져 있어서 어느 '나'를 말해야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진짜 나’에 대하여 생각해보도록 하자. 이것을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이것을 바로 이해하기만 하면 그때부터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으로 들어가자.
‘나’는 무엇과 합하여 무엇도 될 수 있는 존재일 뿐...홀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바꾸어 말하면 실재(實在)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에 의하여 무엇도 되고 무엇도 안되며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잠이 깬 나’, ‘세수하는 나’, ‘신문보는 나’, ‘밥을 먹는 나’, ‘출근하는 나’, ‘일하는 나’, ‘차 마시는 나’, ‘샤워하는 나’, ‘TV보는 나’, ‘잠을 청하는 나’, ‘잠든 나’ 등등에서...
‘잠이 깬’, ‘세수하는’, ‘신문보는’, ‘밥을 먹는’, ‘출근하는’, ‘일하는’, ‘차 마시는’, ‘샤워하는’, ‘TV보는’, ‘잠을 청하는’, ‘잠든’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아무게라고 불리는 나‘, '아들딸로서의 나’, ‘학생으로서의 나’, ‘어른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 ‘남편 아내로서의 나’, ‘직장인으로서의 나’, ‘국민으로서의 나’ 등등에서...
'아무게라고 불리는', ‘아들딸로서의’, ‘학생으로서의’, ‘어른으로서의’, ‘부모로서의’, ‘남편 아내로서의’, ‘직장인으로서의’, ‘국민으로서의’를 빼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말을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출근하지 않는 나’, ‘일하지 않는 나’, ‘잠들지 않는 나’, ‘아들딸이 아닌 나’, ‘학생 아닌 나’, ‘남편 아내가 아닌 나’, ‘직장인이 아닌 나’, ‘국민이 아닌 나’ 등등에서...
‘출근하지 않는’, ‘일하지 않는’, ‘잠들지 않는’, ‘아들딸이 아닌’, ‘학생 아닌’, ‘남편 아내가 아닌’, ‘직장인이 아닌’, ‘국민이 아닌’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딱 ‘나’ 만 남는데 ... 거기서 시시각각 변하는 '몸'과 '마음'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그리고 그 남은 것을 과연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인형놀이를 하듯 그 ‘나’에 무엇도 덧붙일 수 있다.
‘지혜있는’, ‘사랑스런’, ‘능력 있는’, ‘신뢰받는’, ‘전도가 양양한’, ‘이미 성공한’, ‘남들이 우러르는’, ‘절대 권력을 가진’을 앞에 붙인다면 나는 어떻게 변하는가?
그리고... 그 인형놀이는 누가 하는가?
‘나’가 한다.
그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