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그 자리, 자존감의 뿌리 본문

달과 손가락

그 자리, 자존감의 뿌리

thedaywemet 2018. 7. 7. 17:14

단지 그 자리를 본 것뿐인데, 세상이 달라지고 있었다. 사물 사물이 모두 아름다운 쪽으로만 보이게 되었고, 별것 아니던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났다.


텅 비어있고 고요한 가운데 나와 너, 그리고 모두가 함께 웃는 동화 같은 그 자리가 무슨 조화인지 몰랐다. 


조마조마하던 마음, 엄습하는 불안이 사라지고, 시달리며 허덕거리고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게 되었다.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는 밋밋하고 황량한 그 자리를 보았을 뿐인데, 마음이 마치 술에 취한 듯 느슨하게 변해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느님을 만난 것도 부처님을 만난 것도 아닌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았을 뿐, 무슨 소리를 듣지도 않았고,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데, 세상을 보는 눈은 변해 있었다.


개망초 꽃이 저렇게 예쁘고, 이름 모를 새소리가 저리도 감미롭고, 풀 내음이 이렇게 향기롭고, 수수 넣어 지은 밥이 어찌 이리 달고 고소한지 예전엔 몰랐었다. 


'아하이 자리가 바로 諸佛出身處이고, 聖靈이 임하시는 왕국이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얼굴에 닿는 햇살이 너무 상쾌하고, 저녁노을은 환상이었으며, 바람불어도 좋고, 비가 와도 좋았다.


지난 세월이 모두 한바탕 꿈을 꾼듯하고, 지금 이것도 꿈이 아닌가 하면서도 만족한 미래가 펼쳐지리라는 기대감에 눈은 초롱초롱 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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