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개인정보유출 본문

일상 속 바라봄

개인정보유출

thedaywemet 2020. 6. 1. 08:00

만남이란 자발적 개인정보 유출이다. 명함을 건네면 거기에 이름, 직책, 전화번호, 주소가 적혀 있다.

악수(skinship)를 하고 나면 나이를 말하고, 출신 학교, 가족 상황, 심지어 보수파냐 진보파냐까지 서로 묻는다.

만남이란 개인정보의 교류이다. 그래야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어선 안 되는 것이 나이와 신앙이라지만 한국에서는 그것도 보통 용인된다.

한국이 정보 강국이 된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최근 한국의 개인정보유출이 문제가 되었다. 코로나 감염자를 추적하다 보니 이루어진 일이다.

외무장관 강경화는 독일 공영방송 DW와의 인터뷰에서 "사생활은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 권리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법률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다. 그것을 함부로 쓰는 것은 아니고, 국민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만 사용한다고 못 박고 있다. 성소수자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방어 차원에서만 그리 한다는 것이 그녀의 변이다.

개인정보는 밝혀져서는 안 되는 것인가?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고들 살지 않았던가? 숨길 것이 무예 그리 많이 있는가?

일부에는 개인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인터넷 카페도 있다. 그리고 성별과 실명은 밝힐 수 없다며 탈퇴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름과 전번을 먼저 밝히고 만나서 좀 더 심도 있는 대화를 하자고 건의하면 심지어 무례하다고 화를 내며 잘하던 대화를 끊고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다.

왜 개인정보 밝히는 것을 거부할까? 자기가 밝혀지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 스스로 어두운 부분이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건 아닐까? 털어봐도 별스런 게 나올 것도 같지 않은데 말이다.

정보기관이 아니라도 조금만 수고를 하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은 시대가 이미 되었다.

이젠 수사관들도 뛰어다니기보다는 컴퓨터 앞에 앉아 범인을 뒤쫓는다. 곳곳에 CCTV가 널리 깔려있다. 비밀스러운 대화를 지금 누가 녹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예 오픈하고 살아버리는 것은 어떨까? 까고 치는 노름판처럼 "나 여덟 끗 밖에 안 되니, '가보'면 먹어"라고 쿨하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안 되는 것이라면 말이다.

누구나 셀럽이 되고 싶은 시대, 자기표현의 세상이 되었다. 유명인이 되자면 당연히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인의 개인정보도 모두 공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우리는 지금 에덴 동산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은 아닐까?

발가벗고 살아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풍요를 누리며 살았던 그 시절,

신(神)과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그 시대로 말이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