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랜드마크(landmark)가 필요하다 본문
선지식(善知識)으로부터 "그 친구, 견처(見處)는 얻었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자(漢字) 세대가 아닌 경우 생소하시기도 하겠습니다만 말입니다.
도대체 見處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초행길 익숙하지 않은 장소를 찾았을 때, 다시 길을 잃어 헤매지 않도록 머릿속에 눈에 잘 띄는 랜드마크(landmark) 같은 것을 두어 개 설정해 놓는 것이 다음을 위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여러 번 방문하여 익숙해지게 되면 더 이상 랜드마크 같은 것은 필요하지 않겠지요? 나중엔 그곳의 여타 구조물, 도로, 그리고 골목 하나하나가 모두 랜드마크가 되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의 체험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깜깜해지는 것이 보통이며, 그 자리를 다시 끌어내는 것이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 상태를 다시 가져오기(再現) 위해 애를 쓰며 다시 3년을 답답하게 지냈다고도 합니다.
누가 뭐래도 통 밑이 쑥 빠져 분명히 밝아졌었는데, 마치 꿈속에 있었던 일 같기도 하고, 현장감을 잃어버려, 혹시 밝아진 현역이라도 만날까 봐 지레 겁이 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덜 깨어난 사람들 앞에선 견성(見性) 운운하며 알지도 못할 소리로 대강 얼버무릴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까칠한 도반(道伴)이 "지금도 깨어있음이 유지되고 있냐?"고 따져 물어 온다면 자신 있는 대답이 어려워 등에서 식은땀이 날 수도 있습니다.
아직 見性이 완전치 못한 자들이 보통 경험하는 일인데, 그 자리를 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를 회상하면 그렇게 실망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혹시 그 이유를 물어 오신다면 외람됨을 감수하고 아직 견처(見處)가 확실하지 못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사람에 따른 방편에 불과합니다만, 그 자리를 끌어낼(remind) 수 있는 조건들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마치 버튼만 누르면 즉시 원하는 것이 튀어나오는 그런 것 말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우주가 나이고, 내가 우주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냐?"고 오히려 역정을 낼 분도 있겠지만 우리 솔직해집시다.
見處가 분명치 않은 사람은 나중엔 자기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의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견성(見性)을 이룬 후에 보임(補任)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것이 다시 깜깜해지는 이유입니다.
또한 전등록(傳燈錄) 등의 선배들이 인가(認可) 후에도 오랜 세월을 떠나지 못하고 스승 곁에 머물렀던 이유입니다.
단도직입으로 말해 성명쌍수(性命双修)가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러하시다면 지금이라도 성명쌍수가 필요합니다.
제가 에너지(氣) 공부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통기(通氣)가 되고 소주천(小周天)을 이루고 나면, 건강은 물론이고 그것이 강력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여 언제나 여여(如如)하게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에너지 역시 자성(自性) 자리처럼 불변의 자리입니다. 그것은 우주에 가득한 변치 않는 존재이지만,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만물을 일어나게 하고 꺼지게 하는 주역(主役)입니다.
스승이 없는 깨달음이 불완전하듯이 스승이 없이는 小周天도 불완전합니다.
이제는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강아지와 고양이도 모두 견성하는 아주 재밌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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