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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어느 날 눈을 뜨고 꿈을 꾸었습니다. 커튼이 걷히며, 모든 것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달도 별도 그 안에 있고, 하늘 땅도, 도로와 건물들도 모두 그 안에 있었고, 너도나도, 개도 소도, 그 안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놈이 있었습니다. 그놈은 그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구분이 안 되는 이상한 놈이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돈오(頓悟)를 했다고 말했지만, 나는 기분 좋으라고 그냥 하는 말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후부턴 근심 걱정 없이 건강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하나같이 집착할 것 없는 아지랑이 같은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요새도 눈 뜨고 꾸는 꿈은 먼지 하나 없는 파란 하늘입니다.
우울증을 가져오는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그중 가장 황당한 것은 우울증을 유발하는 호르몬(hormone)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르몬은 누가 내는가? 결국 '나'로 귀결되지 않는가? 그것을 알았다면 일은 쉬워진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울증도 선택이다. 우울한 것이 나에게 유리할 것이란 착각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우울한가? 우울한 것을 알아채고 있는 '그것'도 우울한가? 우울함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에게 질문하라. 이 우울함이 일어나는 자리는 어딘가? 면밀히 살펴보면 결국은 우울 역시 허상(虛像)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깨달음은 낭만(浪漫)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현실(現實)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깨달음은 판타지(fantasy)가 아닙니다. 깨우침에서 초월적인 것, 환상적인 것을 찾지 마십시오. 깨달음은 시끌벅적한 난장(亂場)입니다. 깨달음은 꿈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서적이지도 않고, 이상적이지도 않습니다. 깨달음은 피가 철철 흐르는 전쟁 마당입니다. 깨달음은 추억이 아니고, 미래도 아니며, 현실 자체입니다. 죽은 이야기, 곰팡이 냄새나는 베껴온 이야기는 그만 하세요. 한 치만 벗어나도 딴 동네서 놀게 됩니다. 깨달음은 지금 여기에 살아 펄펄 뛰는 "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