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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그것, 자아

알아챔 2019. 11. 29. 08:00


자아(自我), 즉 본성(本性)을 확인하는 것이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만나고 보면 그 말이 헛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생각들을 내려놓고 고요히 지켜보노라면, 우리()가 하는 짓을 담담(淡淡)하게 지켜보는 무언가가 있다. 무어라고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신묘(神妙)한 물건인데, 그것이 본성이며, 그것을 확인한 것을 견성(見性)이라 한다.

 

이제 우리는 정보공유의 시대, 비밀이 없는 세상에 살게 되어 모든 것들이 알기 쉽게 풀이되어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아울러 뒤로 미루어왔던 실존(實存)에 대한 관심 역시 일반화되는 시절을 맞았다. 아마도 몇 년이 지나 인공지능(人工知能)이 일반화되는 시점 즈음이 되면 견성이 거의 상식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기존의 사고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배들은 적어도 최소 10년 이상 공을 들여야 깨우침이 있을 것이다라는 주장들을 하는데, 또 다른 주장인 돈오돈수(頓悟頓修)란 말이 무색하다.

 

그리고 그동안 얻어들은 잘못된 식견(識見) 때문에 이렇게 간단할 수가 있나?”, “설마 이것이 진정 내가 그토록 찾던 참나란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경우(생각을 내려놓으라 했음에도)가 너무 많고, 그 결과 견성의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고 다시 세파에 시달리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오히려 문외한이었던 사람들이 꾸준히 마음을 내어 고요하게 내면 살피기를 지속하여 우리의 기대를 훨씬 넘어선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실현하는 믿기지 않는 경우가 심심치 않을 정도로 나타난다.

 

자아는 태어난 적도 사라질 수도 없고(不生不滅)영원하지도 일회성도 아니고(不常不斷)진리와 합해있지도 나누어져 있지도 않으며(不一不二)오지도 가지도 않지만(不來不去)... 그야말로 천개의 눈, 천개의 손을 가진 존재로 시공(時空)과 선악(善惡), 청탁(淸濁)을 넘어서 우리가 알고자 하는 모든 것을 알게 해주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성취시켜주는 조화(造花)를 나타낸다.

 

老子는 말하길...


무릇 도()라는 것은 아무리 커도 다함이 없고, 작더라도 없는 곳이 없어 만물에 다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넓디넓어서 포용하지 않는 것이 없고, 깊고 깊어서 헤아릴 수가 없는 것이다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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