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본문
도심(道心)을 묻는 제자에게 스승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로 들린다. 우리는 누구나 배고프니 먹고, 졸리니까 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일상적으로 그리하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하고 진지하게 그로부터 가르침을 구해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나는 배고프니 먹고 졸리니까 자는가? 습관적으로 먹고 습관적으로 자지는 않는가? 시간에 맞추어 세끼 먹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최소 7시간은 자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혹시라도 정말 배고프니 먹고 졸릴 때 자면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더도 말고 열흘만 해보라. 배 더부룩, 소화불량, 설사, 변비 등이 사라지고, 혹시 불면증으로 고생했다면 그것도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위가 준비되지 않았는데 먹어야한다는 생각이 먹였으므로 소화불량이 생기는 것이고, 졸리지 않은데 자야한다는 생각의 억지 때문에 불면증이 생기는 것이다.
입맛이 없는 것은 먹지 말라는 소리고, 졸리지 않은 것은 자지 말라는 소리다. 깨어있는 사람의 모습은 식욕이 없으면 먹지 않고, 졸리지 않으면 독서를 하거나 수행을 한다. 그는 하루 정도 굶는다고, 하루 정도 못 잔다고 절대로 병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이란 놈의 지배 아래 산다. 한번 해보라. 정말 배고프면 먹고 졸릴 때 잔다고 마음먹으면 하루 한번 식사가 자연스럽게 되고 하루 네 시간 수면도 불편하지 않다. 얼마나 시간이 널널해지는지...
물론 분명한 이해와 목적을 가지고 해야 한다. 억지로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여야 한다. 자주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생각에 휘둘리지 않게 하라. 그냥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하루 종일이라도 자보라.
우리의 마음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원래 텅 비어 있다. 거기에 네모가 들어가면 네모가 되고, 부드럽고 따듯함이 들어가면 부드럽고 따듯해진다. 인자한 것이 들어가면 인자한 마음이 되고, 거친 것이 들어가면 거친 마음이 된다. 늘 고요하고 생각에 구애받지 않는 마음, 머무름이 없이 흐르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 마음의 힘이다.
어찌 마음에만 걸림이 없이 살 것인가?
먹는 것, 자는 것, 생활 모두에 걸리지 말고 살아야 도인(道人)의 삶이 아닌가?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지 말라. 당장 오늘부터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