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성인과 사기꾼 본문
세상엔 수많은 성인과 그에 못지않게 많은 사기꾼이 있습니다.
성인(聖人)과 사기꾼은 어떻게 다릅니까?
다른 것은 단지 이름뿐입니다.
천하에 없는 잡놈 사기꾼이라 할지라도, 당신에게 평안과 깨달음을 준다면 그는 聖人입니다.
의미심장한 성철(性徹)의 말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그는 자기 임종게(臨終揭)에서, “한평생 무수한 사람을 속여 그 죄업이 하늘에 가득 차 수미산보다 더하다”고 했습니다.
몇천 년간 추앙받아 온 聖人이라 할지라도, 하는 말의 앞뒤가 맞지 않고, 그로 인해 얻는 것이 없이 시간과 돈만 낭비하였다면, 그는 분명 사기꾼입니다.
예수는 유대 사람들에게 사기꾼이었습니다. 쓸데없이 회개(悔改)하라 하고, 자기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석가모니도 당시에 모두 믿고 있는 아트만(Atman)을 부정하고, 윤회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주지 않은 인간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를 마귀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생전에는 그를 죽이려고 뒤따르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사회 적응이 아주 어려운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나는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아리송한 말로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국가 전복을 꾀한다고 당시 지식층들은 믿었으며, 좋은 친구를 두어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단호히 거절한 똥고집의 인간이었습니다.
공자(孔子)에 대해서는 평생을 이리저리 직장을 구하러 다녔다, 예(禮)만을 강조하는 글밖에 모르는 위선자(僞善者)이다, 등등 이야기가 분분하며, 그가 깨달음을 얻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찾아온 환자의 1/3만 낫게 하면 명의(名醫)가 됩니다. 낫지 않은 사람은 입을 다물고, 나은 사람들은 크게 떠벌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운이 좋은 사람에 한하지만 말입니다.
성인(聖人)은 제자(弟子)가 만듭니다.
과연 바울이 없었고, 콘스탄틴이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 만들지 않았어도, 오늘날 기독교가 이만한 세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석가모니에게 가섭이나 사리자 같은 제자가 없고, 나가르주나나 달마 같은 제자가 없었어도, 오늘날 이 산 저 산에 절이 즐비할 수 있었을까요?
만약 소크라테스에게 플라톤이 없었다더라면, 그는 단지 이론가(理論家)에 국가 전복을 꿈꾸던 사형수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자에게 안회나 자공, 맹자가 없었다면, 극동에서 유교(儒敎)가 이렇게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요?
‘꿩 잡는 것이 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엔 매를 시켜서 꿩을 잡았었나 봅니다. 올무로 잡던, 돌을 던져 잡던, 꿩을 잡기만 하면 매입니다. 제가 기르던 풍산개는 꿩을 잘도 잡아 왔습니다.
성인이든 사기꾼이든, 너무 따지지 마십시오. 당신이 그것을 알아본다면 당신은 이미 성인(聖人)이 된 것입니다.
인연(因緣)을 거스르지 마십시오. 이 인연, 저 인연 거치다 보면 안목(眼目)이 뜨이고, 어느 누가 깨달은 진짜 스승(眞師)인지 스스로 알게 될 것입니다.
기독에서 말하는 구원받을 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운(運)이 좋아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도 당신의 운(運)이고, 사기꾼에게 속에 전 재산을 탕진하는 것도 당신의 선택입니다.
몰라서 그렇지, 빌딩 숲 쪽방에 홀로 사는 성인(聖人)이 있을 수 있고, 으리으리한 성전(聖殿) 안에 독버섯 같은 사기꾼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냥 인연 따라 사세요.
성인(聖人)을 만나는 것도, 사기꾼에게 속는 것도, 모두 당신의 복(福)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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