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오후 불식에 대하여 본문
석가모니의 오후 불식(午後不食)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탁발(托鉢)을 해 먹는 처지에 하루 한 번 이상 빌어먹는 것이 어려워서였다.
도반(道伴) 하나의 미얀마 상좌부(上座部)에 출가(出家)했다가 8개월 만에 환속(還俗)을 한 이유가 ‘오후 불식이 견디기 어려워서’라고 했다.
혜암선사(慧菴禪師)처럼 죽기를 각오하고 하지 않는 한, 오후 불식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세끼를 정기적으로 먹는 사람은 한 끼만 굶어도 어지러워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식사량은 각자 다르며, 누구의 말처럼 소식(小食)한다고 속히 깨닫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일종식(一種食)을 하겠다고 결심해 본 적도 없지만, 그것을 지키려 애쓰지도 않는다. 그냥 배고플 때 먹겠다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아침엔 배가 고프지 않아 건너뛰고, 점심 한 끼 먹고 나면 저녁 먹기가 부담스러워 안 먹다 보니 그냥 오후 불식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것에 구속을 당하지도 않는다. 정히 시장하면 공부하다가 밤이라도 라면을 끓이기도 하고, 오후에 손님이 찾아와 저녁을 같이하자고 하면 기꺼이 따라나선다.
선도(仙道)는 계율을 강조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이래라저래라하지 않는다. 물론 내 앞에선 피우지 않지만 3년이 넘은 제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알아도 잔소리 한 번 하는 법이 없다.
모두가 동의하진 않겠지만, 법(法)은 그냥 법이고 계율(戒律)은 그저 모양만 계율일 뿐이다.
세상에 법이 없어서, 그리고 계율이 없어서 남의 것을 훔치고 심지어 살인까지 하겠는가?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서방질을 해도 다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건강을 생각지 않고 억지로 오후 불식이니 그딴 짓 하는 거 나는 반대다.
호흡이 무르익어 단전(丹田)이 열리고 태식(胎息)이 이루어지고 나면 식사를 안 해도 이삼일 정도는 배가 고프지 않게 되고 기운도 빠지지 않게 된다. 아마도 기운이 넉넉하기 때문이리라.
그리되고 나면 저절로 일종식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니 누구 따라 할 일도 아니고 억지로 시킬 일도 아니다.
공부는 자연스럽게 무리 없이 해야 부작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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