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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적어도 50살 이상 살았다면 그동안 적어도 몇천 명의 사람은 만났을 것이다. 재밌게 놀아주던 동네 친구들, 초등, 중등, 대학의 친구들에서 시작해, 나를 좋아했던 사람, 내 가슴을 절절하게 했던 사람, 내가 필요해 만난 사람들, 나를 필요로 해서 만난 사람들, 사람들... 그들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는가? 그 중엔 이 사람이라면 평생 친구로, 동료로, 동반자로 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폰 속에 전화번호라도 남아 있는가? 아마도 패티의 노래 속,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요"처럼 되었을 것이다. 여간한 로맨티스트가 아니라면 아직도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라고 읊조리지는 않을 것이다. 필요가 다해 사라진 사람들, 사소한 오해로 절교한 사람들, 사람들....

스승 밑에서 배우다가 그를 떠나게 되거나 파문(破門)을 당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없으면 못살 것 같이 살다가도, 헤어질 인연이면 헤어지는 것이 인생사이니 떠나야 할 일이 생기면 떠나고, 보내야 하면 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정(事情)으로 인해 헤어지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은 지켜져야 한다. 배운 것 중에 허락 없이 타인에게 전하지 않는다고 한 약속은 무엇보다 먼저 지켜야 한다. 스승에 따라서 가르침이 이치에 맞지 않거나 독선적일 때, 그리고 그 밑에서는 더 이상의 진보를 기약하기 어려울 때 조용히 스승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제자가 사고(思考)가 반듯하지 못해 종지(宗旨)를 어기고, 공부 외에 잡사(雜事)를 쫓으며, 오만(傲慢)하여 문중(門中) 내에 분란을 일으..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다. 그러나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목이 마르지 않은 말은 물장난만 할 것이다. 스승은 밥상을 차려줄 뿐, 제자가 아직 어려 밥 먹는 것이 서툴어도 대신 먹어주진 않는다. 그리하면 평생 제자는 밥맛을 모르고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밥을 맛나게 먹으려면 우선 배가 고파야 한다. 배고프지 않으면 식당에 가지 말라. 그리고 식탁에 앉았다면 머리는 쉬고, 눈과 코, 혀 그리고 배로 먹으라. 여기선 어떤 지식도 필요하지 않다. 식탁에 앉으면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라. 레시피가 무언지 이해하려 하지 말라. 그것은 나중에 당신이 요리를 할 때 필요한 것이다. 단순해져라. 짜면 짜다하고, 싱거우면 싱겁다 하라. 괜히 맛있는 척 할 필요는 없다. 입에 맞는 것부..
이제 어느 학생도 선생 앞에 무릎을 꿇지 않는다. 지금의 학생은 선생이 얼마나 학식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검사관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학생을 꾸짖어서는 안 된다. 세상은 변했다. 이제 선생이란 사람은 단지 정보의 전달자이고 학생은 전달받는 자이다. 스승과 제자의 진정한 관계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이제 매우 드물다. 스승이란 말, 君師父一體란 말은 박물관에나 가서 찾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누구도 弟子는 고사하고 學生조차 되려 하지 않는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모니터 앞에서 손가락 몇 번 움직여 간단히 알아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학교는 서비스업이 되었다. 先生은 단지 정보를 전달해주고 생계를 이어가는 업자일 뿐이고, 學生은 정보를 돈 주고 사는 존경받는 고객이다. 공자(孔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