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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만약에 하느님이 실재(實在)한다면, 그의 뜻을 따라 살면 될 것이다.간단한 일이다.하지만 그가 있는지 또한 그의 뜻은 알 수 없다.사람마다 다르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만약, "'나'라고 하는 것이 없다(諸法無我)"면, 아무런 일도 할 필요가 없다.무언가를 믿을 필요도, 애써 수행할 필요도 역시 없다. 문제는 '나'라는 것이 있을 때 생긴다. 그때 우리는 복잡해진다. '나'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것을 관리해야 한다.거기서 수행(修行)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은 몸과 마음, 그리고 그 둘을 작동시키는 에너지(氣)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을 정기신(精氣神)이라고 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일정 시간 살고 마는 것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각자 좋은 대로 살다가, 미련 없이 떠나면 그만이기 때..
모든 일은 조건에 의해 일어나고, 꺼진다. 조건이 있으면 있고(살고), 조건이 없으면 없다(죽는다). '연기(緣起)'를 말한 것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기운이 잘 통하고 실(實)하면 건강하고, 기운이 불통(不通)하고 부실(不實)하면 병들고 죽는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氣)이며, 인간 생명은 에너지와 의식의 콜라보(collaboration)에 의해 유지된다.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살아선 정기신(精氣神)의 조화요, 죽어선 에너지(氣)와 의식(神)을 어찌 계합(契合)하고 운영하느냐이다. 세상 모든 것은 조건에 의해 유지되고, 쇠퇴한다.
내가 시작된 자리가 어디인지, 죽으면 어찌 되는지? 이 몸은 조만간 없어질 것이고, 생각과 감정은 출처도 없이 수시로 변하는 것이고, 숨(에너지)과 의식도 서로 분리되는 순간 사라지고 말리라는 것이 과학의 설명이다. 지금 우리는 영멸(永滅)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 반면에 선도는 영원으로 가는 완행열차다. 몸과 에너지와 의식의 공부이다. 하지만 애써 닦아야 하는 성가심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히 다르지만, 어제와 오늘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전혀 다르다고만 할 수 없으며,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옮겨붙은 촛불이 먼저의 촛불은 아니지만,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이치와 같다. 석가는 단견론자(斷見論者) 취급을 받았었다. Atman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윤회를 전혀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의 무아(無我) 주장은 Atman이 없다는 것이지만, 죽어도 영멸(永滅)하지는 않는다는 것인데, 그것을 그들은 중도(中道)라고 부른다. 인간은 정기신(精氣神)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이 '나(自我)'다. 과학은 정(精)에 기초하여 기(氣)와 신(神)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유물론이다. 그러므로 그 차원에선 죽고 나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석가가 단멸론자가 아닌..
부처 가르침의 핵심이 '자기를 깨우치라는 것(性)'이라 한다면, 선도의 가르침은 '생명 깨우치는 것(命)'을 우선한다. 선도는 '생명'을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자기 깨우침을 '돈오(頓悟)'라 하여 순간적 일이라 한다면, 선도의 생명 깨우침은 '점수(漸修)', 즉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생명의 구성 요소들을 하나하나 훑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선도는 그 요소를 정기신(精氣神)으로 규정하고 단계적 과정을 통해 그것을 깨우쳐가는데, 그것이 연정화기, 연기화신, 연신환허이다. 결론적으로 불교와 선도의 최종적 자리(空과 虛)가 거의 일치하는 데서 선불합종이란 말이 나온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다툼은 리(理)가 우선이냐, 기(氣)가 우선이냐 였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가 먼저냐, 여자가 먼저냐를 가지고 싸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남자 없이 여자는 없으며, 여자 없이 남자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氣가 理를 따르고 있든(理發氣隨), 理가 氣를 타고 있든(氣發理乘),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둘 중 하나가 없으면 나머지 역시 없어지기 때문이다. 자각(自覺)을 이룰 때 사람들의 공통적 경험은 상당한 에너지(氣)의 체험이다. 그러나 관리(補任)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희미해지는데, 그것이 氣와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상에 에너지 없이 작동되는 일은 없다. 깨우침을 얻었던 사람이 다시 우매해져 재관(財官)을 밝히거나..
정치계의 흔한 말 중에 '내부총질'이라는 말이 있다. 자가면역(自家免疫)이란 한마디로 내부총질이다. 면역계가 자타(自他)의 구별능력을 잃어 자기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는 것을 가리켜 자가면역이라 한다. 왜 자가면역이 일어날까? 그것은 조직(組織) 내에서 내부총질이 일어나는 이유와 거의 같다. 류마티즘 관절염, 아토피 궤양성 대장염등이 자가면역의 대표증상인데, 그 원인은 'T세포'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T세포란 자기편은 공격하지 않도록 교육되어 있는 림프군의 일종인데, 거기서 돌연변이(突然變異)에 의해 못된 T세포가 생겨나고, 그것이 자가면역을 일으키는 것이다. 선도(仙道)는 기(氣)의 흐름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선도를 닦는 사람은 병에 걸리지 않으며, 걸리더라도 조속히(하루 이틀 만에) 치유되는 것이다..
정암 선생님과 마니산 정상에 올랐다. 마니산은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며, 기운이 좋은 신선(神仙)의 산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이번 기회에 꼭 한 번은 오르고 싶었다. 특히 선생님과 함께 오르면 왠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등산로에는 '세계에서 가장 기운이 강한 곳'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매년 개천절에는 정상(塹星壇)에서 천제(天祭)를 지내는데 강화군에서 주선한 선녀(?)가 헬기를 타고 내려온다고 했다. 산은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등산로를 계단식으로 다듬어 놓은 것이 오히려 오르기 더 힘든 것 같았다. 90세가 다 된 봉우(鳳羽) 선생님이 여기를 오르셨다는 말을 듣고 '과연 도인(道人)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서 내려와, 근처 식당을 찾았다. 내가 좋..
현대의학에서는 '나'의 능력을 그리 크게 보진 않습니다.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나의 모습을 '나'라고 봅니다. 따라서 감기가 걸리면 약을 먹고,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필요하다면 앞으로 평생 고혈압이나 당뇨병 약을 처방받아 먹는 것이 전혀 이상스럽게 생각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또한 신경정신과에 가서 향정신성약물을 처방받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무리 내 육신이라고 해도 자율신경계나 호르몬, 불수의근, 체온과 뇌파를 의지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내 능력밖이라고 말합니다. 현대의학(생물학) 분야 전문가들도 어느 정도는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자기조절 능력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과학과 현대생물학은 기본적으로 유물론적인 세계관에서 출발하였고, 정신과 물질은 구별된다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