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오희정의 인터뷰 (8)
谷神不死
오늘은 정암 선생님과 함께 강화읍에 있는 대한성공회(大韓聖公會) 강화성당(江華聖堂)을 찾았다. 이곳은 대한제국 시대에 세워진, 현존하는 한옥 교회 건물로서도 가장 오래된 성공회 성당이다. 내부로 들어서자, 그 분위기가 너무나 차분하고 정갈하여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내용은 분명 서양의 것인데, 조선 기와를 이고 있어서인지 원래 우리의 것인 것처럼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내부로 들어서니 오히려 원조 성당에 해당하는 런던의 세인트 폴(Saint Paul’s) 대성당(훨씬 크고 웅장하다)에 가서 성가대의 찬송을 들을 때보다 더 몰입되었고, 작고 소박한 의자에 앉으니 나도 모르게 숙연함과 간절함이 마음 한가운데 쿵 하고 자리 잡는 것이었다. 순간, 옛날 그 시절,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내놓고..
정암 선생님과 마니산 정상에 올랐다. 마니산은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며, 기운이 좋은 신선(神仙)의 산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이번 기회에 꼭 한 번은 오르고 싶었다. 특히 선생님과 함께 오르면 왠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등산로에는 '세계에서 가장 기운이 강한 곳'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매년 개천절에는 정상(塹星壇)에서 천제(天祭)를 지내는데 강화군에서 주선한 선녀(?)가 헬기를 타고 내려온다고 했다. 산은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등산로를 계단식으로 다듬어 놓은 것이 오히려 오르기 더 힘든 것 같았다. 90세가 다 된 봉우(鳳羽) 선생님이 여기를 오르셨다는 말을 듣고 '과연 도인(道人)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서 내려와, 근처 식당을 찾았다. 내가 좋..
서양에서 유래한 과학(science)은 에너지(energy)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은 객관적 관찰에 의거하며, 유물론(唯物論)과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의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때문에, 과학자 스스로가 에너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의 현대과학(量子力學이나 초끈이론 등)은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객체(客體)인 관찰 대상과 주체(主體)인 관찰자의 상호 의존성이 발견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쨌든 서양 과학의 기원(origination)은 객관(客觀)적 관찰(주체와 객체와의 완전한 분리를 가정한다)을 토대로 출발하였음을 말해 둔다. * * * * * ‘이번엔 우리 초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
두 번째 인터뷰를 위해 다시 강화로 향했다. 정암 선생님과의 첫 만남 이후, 나는 스스로 변화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몰입하여 영화를 보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껴지던 허무함,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고 들어올 때 느껴지던 외로움, 엄청 힘들게 노력하여 무언가를 이루고 난 뒤에 찾아오던 불안감, 그런 감정들이 이제는 뿌리 없는 오해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나도 깨달았다고 착각하겠네”하는 생각이 들어서 손등을 꼬집기도 한다. 정확히 무엇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뜻언뜻 보았던 것을 다시 보는 느낌이 자주 있었다. 물론, 성인들의 말씀에 의하면, 그것은 언뜻언뜻이 아니라 매 순간,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리라. 깨달음 공부도 이제는 시대의 도움을 받는다. 예전에는 애써 스승을 찾아다녀..
‘우리 그만 일어나 커피나 한잔 마시러 갈까? 시골에서는 보기 드문 근사한 찻집을 소개하지.’ 몇 걸음 떼자 장독대가 가지런한 넓은 정원의 웅장한 한옥이 나타났다. ‘정말 대단하네요. 인사동 ‘경인’을 자주 다니는 편인데, 누가 여기에 이렇게 멋진 전통가옥 찻집을 만들었을까? ‘드리우니’라..... 이름도 그럴듯하네요. 앞으로 강화의 명물이 되겠어요.’ 요즘은 도농(都農)을 불구하고 커피숍 수준도 상향조정이 됐나 보다. 커피 맛도 나쁘지 않았고, 좌석도 편안했다. * * * * * ‘오기 전에 노사님에 대하여 조사를 좀 하고 왔습니다. 신문에 소개된 것 외에 핫(hot)한 것이 하나 있던데요? 근간에는 불교(佛敎)의 영역을 침범하고 계신다고요? 상도의(?)를 어기는 것 아닐까요? 알고 지내는 불교대학의 ..
우동 집은 멀리 있지 않았다. 옆 동네 '온수리(溫水里)', 과거 이곳에서 온천물이 나와 붙여진 이름이란다. 육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도로 메워 버렸다고 한다. 언젠가 다시 개발할지도 모르겠지만, 바로 옆 섬 보문사(普門寺)가 있는 석모도(최근에 다리를 놓아 강화도와 연결했다)에 훌륭한 온천휴양지가 만들어지고 있어 그리될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와, 우동 맛이 너무 좋네요. 제 입맛에 딱 맞아요.’ ‘그렇지? 일본 교토 여행길에서 먹었던 우동 맛이 가끔 생각났었는데, 이 집 우동 먹어보고는 사라졌다니까. 서빙하는 주인아저씨 태도가 요새 아주 부드러워졌어요. 첨엔 화난 사람 같아 우동 맛을 떨어지게 했었는데….’ * * * * * ‘건강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 사실 수행자에게..
‘이런 감 처음 먹어봐요. 껍질도 얇고, 맛도 특별하네요.’ 팽이같이 생긴 감인데, 씨는 없고 감칠맛이 난다. 모양은 대봉 같은데, 크기가 좀 작다. ‘그렇지? 장준감이라고 수백 년 역사를 가진 강화특산품이야. 강화 군목(郡木)이고, 맛은 순무와 더불어 강도육미(江都六味) 중 하나야. 강화에 오면 꼭 맛을 봐야 할 것이야.’ 오늘 예기치 않게 호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시골에 와서 나무 타는 향기와 함께 별미(別味)의 속노랑고구마에 특산 감까지 맛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어디서 해오나요?’ ‘나무? 밖에 나가면 지천이 나무야. 죽은 나무만 가져와도 겨울나기 넉넉해. 요새는 시골도 모두 기름으로 난방을 하니까 산에 나무가 많아. 가끔 산불도 구경한다니까. 게다가 강화에도 도시가..
민정암 회장을 만나기 위해 그가 사는 강화도 집을 찾았다. 마을 앞으로 넓은 들이 시원히 펼쳐진 덕포리(德浦里)라는 곳인데, 집 뒤로 ‘마니산(摩尼山)’이 길게 버티고 있고, 마침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동네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사람들은 마니산이라 하지 않고 ‘마리산(摩利山)’, 혹은 ‘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부른다는데, ‘마리’란 ‘머리’의 고어(古語)라 한다. 대한민국 국민, 아니 단군의 후손이면 누구나 ‘마니산(摩尼山)’을 알 것이다. 산에 올라보면 [세계에서 가장 기(氣)가 센 곳]이라고 붙어 있는데, 기회가 되면 정말 氣가 센지 직접들 확인해 보시기를 바란다. 마리산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그 유명한 ‘참성단(塹城壇)’이 있고, 해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