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활활 타는 집 본문
대상(對象)을 주시(注視)하던 의식(意識)에서 그 대상이 사라지게 되면, 사람에 따라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그럴 때, 즉각 의식이 또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거나(掉擧), 잠 속으로 빠져드는(昏沈) 사람을 중생(衆生)이라 하고, 자동으로 주체(主體)에 대한 회광반조(回光返照)가 일어나는 사람을 가리켜 부처종자라 한다.
잠은 자연스럽고 꼭 필요한 것이건만, 수행처에서는 그것을 '수마(睡魔; 잠 마귀)'라고 부른다. 깨달음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은 필히 잠과 회광반조의 메커니즘(mechanism)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잠이 올 때 억지로 잠을 자지 않는다고 절대 유리하지는 않다. 졸리면 마땅히 자야 하며, 깨어있을 때 마음을 잡아 수련하면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
깨닫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깨달음에 대한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뭐라고 핑계를 대고 있든지 말이다.
보조국사 수심결(修心訣)은, "활활 타는 집 속에 머물러 기나긴 고통을 달게 받을 것인가"라는 말로 시작된다.
말로만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주 드물게 입속에 떨어지는 꿀물에 취해 꿈처럼 살고 있으며, 그런 사람을 衆生(미혹에 빠진 사람)이라 부른다.
자기 바로 보기에 애쓰지 않는 이유는, 첫째, 깨달음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며, 둘째, 탐구심(의단)이 없기 때문이며, 셋째, 이렇듯 휘둘리며 구차하게 사는 것이 분(憤)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심(信心), 의단(疑團), 분심(憤心)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도거와 혼침이 일어나려 할 때, 즉각 그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본성 쪽으로 의식의 방향을 돌리기 마련이다.
자기의 본성에 관심을 기울이라. 더 이상 활활 타는 집 속에 머물러 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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