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세간과 출세간 본문

和光同塵

세간과 출세간

알아챔 2023. 3. 6. 00:19

깨달음을 회복했다 할지라도, 단번에 세간(世間)을 떠나 출세간(出世間)에 안주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껴지는 것이 비록 무상(無常)하고 꿈같은 일임을 잘 알고 있다 할지라도,

세간의 감각적 재미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백장야호(百丈野狐) 이야기가 있다.

전생(前生)에 나름 한소식을 했었던 한 도인(道人)이 하루는 백장을 찾아와, "대수행인(大修行人)은 인과(因果)에 떨어지지 않느냐"는 학인(學人)의 질문에, "떨어진다(不落)"라고  잘못 대답하여 500생 여우 몸을 받았다며 백장의 바른 답을 구했고, 그것에 단지 "어둡지 않다(不昧)"는 말로 간단히 해결해 주었다는 무문관(無門關)의 글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지만, 내면에 진보의 마음이 없다면 삶에 무슨 재미가 있을 것인가?

누구나 안정을 바란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면에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 역시 부정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세간과 출세간에 걸쳐서 살 수밖에 없다.

세간을 떠난다고, 산속에 숨어 산다 할지라도, 그곳 역시 세간임에는 틀림없다.

세간에 살면서 출세간의 법을 100% 고집할 수 없으며, 세간의 법을 출세간에 적용해서도 안 된다.

깨달은 자 역시 사람들을 대하고 산다면 전혀 번뇌(煩惱)가 없을 수는 없다.
그리하면 세상 사는 재미가 있을까 보냐.

그때그때 잠시 망상에 젖는다 할지라도, 그 모두가 물거품 같은 헛일이라는 것에 어둡지 않다(不昧)면,

道人이라 하여 크게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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