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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분별하고 있는 내가 있고, 분별하는 나를 지켜보는 놈이 있다. 분별은 번뇌(煩惱)를 부르지만, 지켜보는 놈은 순수함 자체로 있다. 오매일여(寤寐一如)란, 번뇌가 사라진 상태가 언제나 있음을 말한다. 동산(東山)이 물 위를 가는 것을 알아차리고, 남풍(南風)이 불고, 전각(殿閣) 밑이 서늘함을 알아차리는 놈에겐, 산란과 갈등이 없다. 자나 깨나 화두(話頭)가 들린다는 것은, 지켜보는 놈이 살아있음을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이다. 화두란 의미를 챙기는 것이 아니라, 분별하는 놈을 알아채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뭣고?!
보통은 선지식(善知識)으로부터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깨닫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돈오(頓悟)라고 합니다. 주문(Mantra)을 외워서 깨달을 수 없습니다. 명상(冥想)을 통해서, 화두(話頭)를 들어서도, 물론 경전(經典) 공부를 통해서도 깨닫기 어렵습니다. 가장 쉬운 길은 깨달음을 얻은 스승 앞에 마주 앉아 그의 에너지 속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속는 셈 치고 신뢰가 가는 선지식에게 자기를 맡기십시오. 그에게 깨닫게 해 놓으라고 떼를 쓰듯 매달리십시오. 그것보다 더 수월한 것은 없습니다.
'눈빛만 보아도 안다'는 말이 있고, 몸짓으로도 말할 수 있다. “오늘 좀 거시기한데, 거시기 먹을까?” “거시기 해야 하니까, 거시기 들고, 거시기 앞으로 나오소.” 아침에 스피커에 나오는 동네 이장(里長)의 말이다 대강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이 된다면 이건 어떤가? “부처가 무엇입니까?” “뜰 앞에 잣나무." 상대의 이야기를 알아들으려면 상대와 수준을 맞춰야 한다. "가고, 가고, 또 가면 알게 된다(去去去中知)"는 말도 있다. 말이 안통하면 묻고, 또 묻고, 하면 결국은 알게 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직접 찾아가 며칠만 같이 공부하면 알아듣게 된다. 선인(仙人)되는 단전(丹田) 공부도 마찬가지다. 성의를 가지고 자꾸 가까이하면 열리게 된다. 몸으로 말해야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