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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지식(知識)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 많이 읽은 것으로 우쭐하는 사람들 말이다. 특히 신앙에 매몰되어 교리를 금과옥조로 따라는 사람일수록 과대망상(誇大妄想)이 강하다. 대체로 크게 깨달은 사람일수록 학벌이 약하고, 읽은 것이 적은 사람이다. 혜능(慧能)이 말했다는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은 그 초점이 선(善)이나 악(惡)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말라는 것에 있다. 깨달음을 구하려면 무념무상(無念無想), 즉 일체의 상념을 없이 해야 한다. 그리하려면 머릿속에 든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불리하다. 내가 신앙(信仰)을 가진자는 깨닫기가 어렵다고 한 것은 신앙인은 자기의 신앙을 고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기 신앙을 추앙하지 않는 사람은 신앙인이 아니다.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

육조단경(六祖壇經)을 읽으면 두 명의 수행자가 나온다. 한 명은 신수(神秀), 다른 한 명은 혜능(慧能)이다. 깨달음에 대한 스승의 물음에 神秀는, 身是菩提樹 (신시보리수) 心如明鏡臺 (심여명경대) 時時勤拂拭 (시시근불식) 勿使惹塵埃 (물사야진애) [몸은 깨달음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 바탕일세. 때때로 털고 부지런히 닦아서 때가 끼지 않게 하세]라 읊었고, 慧能은, 菩提本無樹 (보리본무수) 明鏡亦非坮 (명경역비대) 本來無一物 (본래무일물) 何處惹塵埃 (하처야진애) [보리(菩提)에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또한 틀이 아닐세.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느 곳에 끼일 티끌이 있겠는가]라고 벽에 쓴 것으로 유명하다. 육조단경은 神秀의 이 게송(偈頌)을 점수선(漸修禪)이라고 근기(根器)가 낮다고 일방적..
佛家의 공적(空寂)을 仙家에선 허(虛)라 칭한다. 虛(空)는 텅 비어 있기도 하고, 가득 차 있기도 한 근본적 자리이다. 그곳으로부터 "알아차림"과 만유(萬有)가 출현한다. 그 알아차림(作用)이 없이는 하늘 땅은 물론 하느님도 존재할 수 없으므로, 老子는 그것을 가리켜 "하느님(上帝) 보다 먼저"라 하였다. 알아차림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있음)을 확인하며, 만유의 연기성(緣起性)을 알게 되는데, 그것을 초견(初見)이라 한다. 마침내는 그 알아차림의 근원자리인 虛(空寂)와 완벽한 계합(契合)을 하게 되는데, 그것을 가리켜 확철대오(確徹大悟)라 한다. 깨달음이란 앞에서 언급했듯,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알아챈 것이며, 그것은 어렵지 않다. 헐떡이는 마음을 조금만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