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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앞으로 오는 세상은 머릿속 지식만 가지고는 대접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하던 대부분의 일을 인공지능(AI)이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기반의 직업을 가진 사람은 거의가 실업자가 될 공산이 크다. 오히려 천대받던 사람, 이를테면 정교한 손기술이 있는 기술자, 의사보다는 간호사같이 직접 몸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은 당당히 자기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 종교계로 말하자면 경전(經典)과 교리(敎理)를 중히 여기던 교직자들은 무시를 당하고 직접 몸을 움직여 기운을 고르는 성실한 수행자만 대접받을 것이다. 선도(仙道)에 입문하러 왔다가 몸 만들기(調身)가 부담되어 공부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필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선도는 머리로 닦는 것이 아니며, 땀 흘리지 않으면 한발도 전진..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며,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먼저 깨달은 자(善知識)들은 왜 그것을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고 했겠는가? 그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금강경(金剛經)은 말한다. '약견제상비상즉견여래(若見諸相非相卽見如來)'라고 말이다. 그 말은 '만약 모든 상(相)이 상이 아님을 보면 즉시 깨닫는다'는 뜻이다. 혹자(或者)는 여기에서 '상(相)'은 오온(五蘊 : 色受想行識)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말은 쉬운 깨달음을 어렵게 만드니 피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 깨달음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 말은 영어로 그냥 "Don’t Think, Just Look"라고 나는 해석한다. 한자어는 ..

철학자(哲學者)와 성인(聖人)의 차이는 시간과 공간 속에 있느냐, 그것을 벗어났느냐에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내려놓았을 때, 자연스럽게 우리는 생각과 언어까지 넘어서게 됩니다. 삼법인(三法印)은 철학자의 영역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진행해도 '"나"라 할만한 것은 없다(無我)', '모든 것은 변한다(無常)', 그리고 '결국은 고통이다(一切皆苦)'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며, 사성제(苦集滅道)와 연기(緣起)도 추론(推論)이 가능합니다. 싯다르타는 어찌하여 최고봉이라는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 비상비비상처정(非常非非相處定)을 버리고 6년의 고행(苦行)길을 떠났으며, 나중에는 도반들의 질시를 무릅쓰고 그것마저 내려놓았을까요? 지금의 Hindu의 Swami들도 싯다르타가 보리수나무 아래 앉기 전 그의 행적(수행과..

무엇을 쫓고 있는가? 왜 그리도 분주한가? 따라잡으려면 그것보다 더 속도가 빨라야 한다. 뒤를 쫓고 있는 한 분주하기만 더 할 뿐이다. 평생을 달려도 말이다. 한 회사원이 있었다. 출근길에, 강가에서 한가로운 낚시꾼을 자주 만났다. 어느 날 무슨 일인지 차들이 움직이질 못했고, 답답해진 그는 차에서 내려 낚시꾼에게 다가갔다. “고기가 많이 잡히나요?” “그럭저럭” “사실은 나도 당신처럼 이곳에 앉아 낚시하는 것이 꿈이라오.” “그래요? 그렇다면 지금 앉으세요.”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왜요?” “일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야 승진도 할꺼고.. ” “그 후에는?” “세월이 지나면 은퇴할 거고, 그 후엔 여기에 앉을 수 있겠죠.” “지금 앉으면 되는 일을 왜?” 당신은 왜 부자가 되고 싶고 명예..

"깨달음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선사(禪師)는 "이것뿐"이라는 답했습니다. "'이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고(苦)로 점철된 일상생활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오온(五蘊)이 개공(皆空)하다는 뜻은 모든 것이 "헛것"이라고 부언하였고, 그것을 이해하므로 모든 고통을 넘어선다(度一切苦厄)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空이란 말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을 "헛것" 내지는 "텅 빈 것"으로 이해하면 삶이 허망(虛妄)해집니다. 空은 비어있는 것으로 보여도 에너지(氣)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의 조화에 의해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일어나고 꺼집니다. "어떤 法도 세우지 마라며 오직 中道"를 설파하던 인사(人師)도 배고픈 것 못 참고, 독감 걸리면 "아이구, 죽겠다" 합니다. 탁상공론(卓上空論)은 관념(觀..

죽기 직전, "시간에 속았고, 세상에 속았다"고 한탄하고 간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하지 않으려면 변치 않는 것에 마음을 두어야 합니다. 그것이 명상(冥想)입니다. 살다 보면 좋았다, 나빴다, 더러는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한순간 지나가는 바람과 같습니다. 그런 허망(虛妄)한 것들을 따라 살지 말고, 마음을 중심 자리에 두어 보십시오. 그런 것들이 모두 쓸고 지나간 후에도 여전히 명명(明明)히 살아있는 것이 있습니다. 기쁘면 기쁨을 알아차리고, 슬프면 슬픔을 알아차리는 '그것'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세상을 일으키고, 허무는 힘입니다. 그것을 알아채고 난 사람은 더 이상 세상의 장난에 속지 않습니다. 그 자리를 늘 밝게 유지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선도(仙道)에서는..

금강경(金剛經)을 연구하신다는 유명한 분이 계십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하여, "여인을 보고 음심(淫心)을 품는 것조차 불사음(不邪淫) 죄에 해당한다"고 하시면서, 소싯적 몸 파는 여인의 손이 몸에 닿았을 때 흡사 뱀이 스치는 것 같았다는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을 할 즈음, 그는 장교가 되는 군사 훈련을 받고 있었다고 합니다. 국민(國民)으로서 국방의 의무가 우선이라는 것은 상식이지만, 그것이 혹시 불살생(不殺生)의 계(戒)를 범한 것은 아니었는지 궁금합니다. 군인(軍人)이 되면 유사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죽이라고 명령을 할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범소유상개시허망(凡所有相皆是虛妄)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등 금강경의 말씀을 그분은 어떻게 적용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