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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좋으면 좋다고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면 남들은 내가 좋아서 그러는 줄 압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싫은 것은 싫다고 하세요. 무슨 큰일이 생겨날 듯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후부턴 내가 듣기 싫어하는 말을 점점 듣지 않게 되고, 내가 보기 싫은 것, 하기 싫은 일이 점점 없어집니다. 하기 싫은 일 하지 마세요. 하고 싶은 일만 해도 다 못하는 게 인생입니다. 착하다는 말 안 들으면 어떻습니까? 착해도, 착하지 않아도, 나는 나 아닌가요?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나'와 '내가 아닌 것'부터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내가 아닌, 나와 연관된 것들을 '나'라고 생각하고 산다. 그것은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며, 쓸데없는 것에 마음 끄달리며 살게 되는 원인이다.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런것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고 나면 우선 내가 아닌 것들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깜박깜박 속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몸과 이 마음이 내가 아니란 것만 확실히 이해하고 나면 세상살이가 달라진다. 근심 걱정할 일들이 사라지고, 그렇게 한가할 수가 없다. 젊은 시절엔 혈기 오르는 대로 욕망을 따라 사는 것이 당연하다.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고, 그것 역시 공부 과정의 일부분이니까 말..

깨달음이란, '족함을 아는 것'입니다. 세상이 그대로 손댈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진리(眞理)는 완벽합니다. 깨달음이 진리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 완벽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결핍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분리감(分離感) 때문입니다. 나와 네가, 善과 惡이, 多少가, 長短이, 大小가 각각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세상 모두가 내 편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시비할 일이 없이 편히 쉬게 됩니다. 더 가지려고 하고, 더 높이 오르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양만큼 먹고, 졸린 만큼 자게 됩니다.

공부(性功)의 핵심은 "고요함"이다. 생각이 끊어진 자리를 보는 것이다. '선(禪)'이란 생각을 내리고(單) 보는(示) 것이다. 그래서 '어두운(冥) 생각(想)'이라 하는 것이다. 고요함에 이르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육체이완(body relaxation), 다른 하나는 정신이완(mental relaxation)이다. 하지만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다. 몸이 이완되면 마음도 편해진다. 주시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경직(硬直)된 몸으로는 고요함에 이를 수 없다. 반면에 고요함에 이르면 모든 경직이 풀린다. 몸이 고요해지면 마음도 고요해진다.

2조 혜가가 달마를 찾은 것은 편함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수행의 목적은 몸과 마음의 편안함이다. 그것이 건강을 부르고, 깨달음을 부르기 때문이다. 시타르타가 고행(苦行)을 포기한 이유도 그것이 깨달음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보리수 밑에 고요히 앉은 그는 무엇을 했을까? 단언컨대 그는 편안함을 만끽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를 깨달음으로 인도했다. 후일 그가 제자들에게 사념처(四念處)를 권한 것도 그런 이유임이 틀림없다. 선도(仙道)가 좋은 이유는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편안함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