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自性] 지관 본문

和光同塵

[自性] 지관

알아챔 2023. 3. 12. 00:17

지관(止觀)을 알면 깨달음이 보인다. 깨달음에 이른다는 셀 수 없이 많은 방편(方便)이 있어도, 알고 보면 하나같이 모두 止觀으로 수렴(收斂)한다.

지(止)란 - 그치다, 멈추다 - 라는 뜻이며, 관(觀)이란 - 보이다,인식(認識)되다 -  라는 의미가 있다.

지와 관은 연기 관계이므로, 그 둘이 하나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가 있으므로 관이 있고, 관이 있으므로 지가 있다. 그 둘은 편의상 그리 이름하였을 뿐이며, 사실상 그 둘은 하나다. 그러므로 그 둘을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구름이 걷히면 저절로 태양이 드러나듯, 지는 그대로 관을 부른다. 망상(妄想)이 그치면 굳이 보려고 애쓸 필요가 없이 저절로 보이는 것이 자성(本性)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없도록 구조되어 있다. 무엇 하나에 생각이 몰두하여 있는 한, 그 외의 것은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

한 생각을 내려놓는 순간, 진실은 시간 차가 없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우리가 실재(實在)에 어두운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생각들에 지배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원한다면 생각만 내려놓으면 된다. 그 안다는 생각, 믿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바로 드러나는 것이 본성이다.

그 벗어나는 것이 止이며, 그것만 되면 기다릴 필요 없이 觀은 저절로 일어난다. 왜냐하면 진리는 언제나 거기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모든 수행법은 止에서 시작한다. 기도, 명상이든 만트라를 외우는 것이든, 사념처(四念處)를 염(念)하는 것이든, 화두참선(話頭參禪)이든, 태극권(太極拳)이든, 가릴 것 없이 모두가 止로 통한다. 그것들의 진행은 잡생각들이 내려놓아지도록 작용하기 때문이다.

장막이 걷히면 보려 하지 않아도 가려졌던 것이 저절로 드러나듯 생각의 장막이 걷히는 순간, 진실은 저절로 드러난다.

병이 나으면 더 이상 약이 필요 없고, 강을 건넜다면 나룻배를 두고 갈 길을 가야 하듯, 관이 이루어지고 나면 더 이상 지에 머물 필요는 없다.

그 후 그침없이 호흡을 지켜봐야 한다든지, 오매일여(寤寐一如) 화두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소리는 오히려 깨달음에 큰 방해가 된다.

그것은 마치 강을 건넌 후 나룻배를 짊어지고 가려 고집 피우는 것과 같고, 이미 걷힌 장막을 다시 걷으려 애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행자는 편리한 대로 止, 觀 둘 중 하나를 택해서 공부하면 된다.

하나가 있으면 나머지 하나는 저절로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수행자들에게 실패한 이유가 지와 관의 매커니즘에 어두웠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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