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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동서고금을 통해서 '정의(正義)'처럼 아무의 입을 통해 값싸게 표현된 말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한국사람들에게는 '정의'에 대한 관심이 유별난가보다. 미국선 10만부 팔렸다는 미국인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국에서는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니 말이다. 그 책을 읽어보면 정의에 대해 변죽만 올릴 뿐, 실제 정의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있다. 작가를 이해한다. 왜냐면 '정의'란 주제는 말로나 글로는 표현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생각이 끊어져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통 '공의(公義)'라는 말과 '정의'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나, '공의'란 말은 신(일부 神)에게나 적용하는 말로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꺼리가 못된다..

사람들이 아름답다 하는 것이 실제로는 추함일 수 있으며, 착하다 하는 것이 실은 교활한 속임수일 수 있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아름답다는 것이 기준이 있는 것일까?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다. 남들 눈에는 그저 그런 모습으로 보이는데 자기 눈에는 천하의 미남이요, 미녀로 보일 때 쓰는 말이다. 바람에 깃발이 나부끼는 걸 보고 한쪽은 바람이 움직인다 하였고, 다른 한쪽은 깃발이 움직인다 했다. 이때 한 현자(賢者)는, "바람도 움직이지 않고 깃발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대들 마음이 움직인다"고 설파했다. 선종(禪宗)을 부흥시킨 육조(六祖) 혜능(慧能)의 이야기다. 미적 공감대는 문화권마다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같은 문화권 내에서도 미의 기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