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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두 번째 인터뷰를 위해 다시 강화로 향했다. 정암 선생님과의 첫 만남 이후, 나는 스스로 변화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몰입하여 영화를 보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껴지던 허무함,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고 들어올 때 느껴지던 외로움, 엄청 힘들게 노력하여 무언가를 이루고 난 뒤에 찾아오던 불안감, 그런 감정들이 이제는 뿌리 없는 오해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나도 깨달았다고 착각하겠네”하는 생각이 들어서 손등을 꼬집기도 한다. 정확히 무엇이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뜻언뜻 보았던 것을 다시 보는 느낌이 자주 있었다. 물론, 성인들의 말씀에 의하면, 그것은 언뜻언뜻이 아니라 매 순간, 나와 함께 있었던 것이리라. 깨달음 공부도 이제는 시대의 도움을 받는다. 예전에는 애써 스승을 찾아다녀..

민정암 회장을 만나기 위해 그가 사는 강화도 집을 찾았다. 마을 앞으로 넓은 들이 시원히 펼쳐진 덕포리(德浦里)라는 곳인데, 집 뒤로 ‘마니산(摩尼山)’이 길게 버티고 있고, 마침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동네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사람들은 마니산이라 하지 않고 ‘마리산(摩利山)’, 혹은 ‘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부른다는데, ‘마리’란 ‘머리’의 고어(古語)라 한다. 대한민국 국민, 아니 단군의 후손이면 누구나 ‘마니산(摩尼山)’을 알 것이다. 산에 올라보면 [세계에서 가장 기(氣)가 센 곳]이라고 붙어 있는데, 기회가 되면 정말 氣가 센지 직접들 확인해 보시기를 바란다. 마리산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그 유명한 ‘참성단(塹城壇)’이 있고, 해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