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谷神不死

불안의 원인은 뇌의 회로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보고가 있다. 유물론은 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당연히 불안을 뇌(腦)의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에게 뇌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心)이며, 그것이 사고작용을 모두 감찰한다. 지식은 뇌의 소관이지만, 지혜는 마음의 영역이다. 지식은 더하는 것이 만들고, 지혜는 빼어낼수록 증가한다. 외로움, 불안, 우울, 두려움은 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다. 물론 몸과 마음은 하나로 뭉쳐있지만 말이다. 마음이 깨어나게 해야 한다. 문제의 실마리는 마음에 있다. 불안의 원인 역시 마음속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 불고, 비가 와도, 상공(上空)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습니다. 더러는 외롭고, 우울하고, 두렵고, 화가 나는 날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것들의 밑에 자리 잡은 본마음은 티 하나 없이 순수합니다. 외롭고 우울할 땐 숨을 길게 내쉬어 그것들을 뿜어 내세요. 두렵고 화가 나면 가만히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세요. 맑디맑은 본마음이 드러날 테니까...

돈이 있어도, 지위가 있어도, 왠지 무언가가 빠진 것 같고, 외롭고 우울해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돈과 지위가 없어 불안하다면 이해가 되지만, 있을 것 다 있으면서도 여전히 만족함이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합니까? 그런 일은 자기가 누군지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자기가 누군지를 모르니 돈이 있어도 내 것이라 할 수 없고, 지위(地位) 역시 내 것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마음속의 느낌들은 모두 내 것이 아니며, 당연히 이 몸과 마음 역시 나라고 할 수 없다면... 그러면 나는 누구입니까? 한시도 떨어져 있지 못하면서도, 무슨 일을 하던지 항상 같이하면서도, 그것이 나인지를 모르고 살고 있으니 환장할 일 아닙니까? 그러니 허전하고, 외롭고, 우울함이 가시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