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비급(祕笈)이란 것이 있는가? 본문
비급(祕笈)이란 비밀스런 글이 적혀있는 책을 가리킨다.
그리고 비급은 수제자에게만 전달한다고 했다.
옛날에 남다른 짚신을 만들어 파는 장인(匠人)이 있었다.
그가 만든 짚신은 장에 나가면 오전 중에 모두 팔려나갔다.
하지만 그의 아들이 만든 짚신은 아비의 짚신이 팔린 후에야 조금씩 팔렸다.
아들은 아비에게 잘 팔리는 비결을 가르쳐달라 했으나,
그는 내가 만드는 것을 유심히 보라고만 할 뿐 핵심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아들은 오랜 세월 그의 곁에서 짚신 만드는 것을 배웠어도
좀체 고객이 원하는 고퀼리티의 짚신을 만들 수는 없었다.
어느 날 떠날 시간이 되어 숨을 몰아쉬고 있는 아비에게
아들은 "진짜 비결이 무어냐?"고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
아비는 물끄러미 아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힘으로 "털..털..털.."이라고 말하고는 숨을 거두었다.
무슨 뜻인지는 각자 추측하기를 바란다.
과연 비급(祕笈)이란 것은 있는가?
나에게도 배운 지 십여 년이 넘는 제자(?)가 여럿 있다.
그중 배운 지 20년이 넘은 제자는 말하길,
"선생님의 움직임은 뻔한데도 같은 맛을 내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왜 그럴까?
핵심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그럴까?
아마도 눈썰미가 부족했거니
내 마음을 온전히 읽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게으르거나 중도에 포기한 사람은 말할 가치도 없고...
최근 나를 찾아온 한 사람은 전생(고려) 때 나로부터 비급을 전해 받았는데,
소홀히 하여 잃어버렸고 그래서 이번 생에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은퇴를 앞둔 유명 방송의 간부인데 퇴직 후 비급을 얻어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고 했다.
비급은 책이 아니라 스승의 평소 말 속에 있다.
그것은 그의 행동 속에 늘 나타난다.
그것은 스승과 일정 기간 진심으로 같이 수련하면 저절로 알아지는 것이다.
물론 왔다 갔다 하며 게으름피우는 사람은 예외로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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