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자기에게로 떠나는 여행 본문
여행이란 일상(daily routine)에서 벗어나, 나그네가 되는 것이다.
나는 정처(定處)가 없는 여행을 좋아한다.
요즘 식의 편리주의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그것은 노인에게나 필요한 죽기 전에나 한 번쯤 할 만한 cruise(유람) 같은 것이다.
떠날 때는 늘 의외성(意外性)을 기대한다.
'혹시나'가 대부분 '역시나'로 끝나지만 말이다.
떠나기 전 모든 일정이 꼼꼼히 정해지고, 변동사항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여행을 빙자한 일상의 연장일 뿐이다.
그것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업무(業務)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다.
먹고, 자고, 대열을 따라다니며, Photo zone에서 사진 찍고, 쇼핑이나 하는 여행이라면 말이다.
음식 여행이라는 것도 있다. 먹는 것이 목적이라면 여행 갈 필요 없다. 찾아보라. 서울에 각국의 요리사가 모두 와 있다.
여행은 익숙지 않은 다른 문화 속에 자기를 던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혹시라도 잊고 지냈던 자기 자신을 재인식할 수도 있다.
나를 찾아 떠난다고들 한다.
그러려면 많은 시간을 걸으며 현지의 불편함 속에 그곳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물론 거기에 내가 버려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비행기와 자동차 안, 여객선(호텔) 안에서 보내며, 정해진 음식에, 사진 같은 고정된 풍경이나 보려면 차라리 집에서 TV를 보는 것이 더 낫다.
적어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 일이 없는 노인(老人)이 아니라면 말이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Africa 오지를 다녀온 것이 자랑인가? 돈 안 들고 쉽게 갈 수 있는 자기의 내면세계엔 접근조차 못 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