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달과 손가락 (508)
谷神不死
영(靈; Spirit)이란 '원초적 식(識)'이다. 그러므로 에너지와의 계합(契合)이 없이는 단지 알아차림(識)일 뿐이다. 靈이 신비한 존재로 대접을 받는 이유는 기(氣)와 동행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음을 기피하는 이유는 氣를 잃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귀신들이 빙의(憑依)를 꾀하는 이유는 바로 氣 때문이다. 氣의 방위력(衛氣)만 확실하면 귀신은 무서워할 존재가 아니다. 늘 내공 수련으로 기운을 든든하게 유지해야 한다.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잡귀들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궁합이라는 것은 남녀가 성적으로 잘 맞는 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꼭 같은 성향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불같은 성격의 사람이 물을 만나 힘을 잃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기운의 안정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것이다. 큰 추진력으로 일을 밀고 나가던 사람이 갑자기 가출해 어촌(漁村) 주정쟁이로 주저앉거나, 서울역 지하도에 눕는 경우 대개는 남들은 이해 못 하는 자기만의 의욕 상실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삶은 결국 인간관계다. 고성능의 항공기일수록 엔진이 출력을 잃으면 바닥에 거꾸로 처박히고 만다. 이해 상관없는 사람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일은 오히려 성공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믿었던 가족이나 연인과의 불화는 몸 바쳤던 일을 내던져 버릴 만..
하지 않던 일이 맡겨지면 누구나 일단은 불안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여기서 두 가지 유형이 생겨난다. 하나는 그 일에서 벗어나려는 초식적 경향의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돌격해서 쟁취하려는 육식적 마음의 사람이다. 전자(前者)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후자(後者)에게는 그것이 쾌감을 주는 게임이다. 전자는 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도망할 궁리를 하지만, 후자는 성공할 조건들을 찾으며 일에 다가선다. 일을 피하고 도망하는 이유는 실패의 걱정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늘 하던 익숙한 일 기계적인 일을 선호하고 그것은 공허함을 부른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으면 실패도 있을 수 없다. "신사는 새것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다. 그는 새로운 일을 만나면 마치 새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설렌다. 신사는 실패를 두려워..
재미있게 말하는 인기인 김창옥도 중학생 남자아이들 앞에선 주눅이 든다고 한다. 무표정에, 별 반응(reaction)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들은 왜 그럴까? 그들의 관심사와 별 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잔소리를 그들은 싫어한다. 그런 것 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몰라서가 아니라, 당장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게임이나 자전거 타기 이야기만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자존감은 중요하다. 남들과 동등, 내지는 앞설 수 있는 구체적 이야기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얻고, 내면이 힘을 얻는 이야기라면 그들도 관심 두지 않을 수 없다. 가르치려 하지 말고 대화를 해야 한다. 우선 마음부터 열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도 없다. 한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 중 어느 죄가 더 크냐?" 제자들의 "알고 짓는 죄"라는 답에 스승은 말했다. "아니다.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크다. 여기 벌겋게 불에 달군 쇠가 있다. 이것을 알고 잡은 사람과 모르고 잡는 사람 중 누가 더 다치겠느냐?" 그는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의 말 속엔 이익과 손해가 녹아 있다. 제대로 아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뻔히 알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해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 보통 '욕구와의 싸움에서 졌다'라고들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다. 그가 알고 있다면... 그 실수가 그를 별 볼 일 없는 사람, 막 대해도 좋은 사람 취급을 평생 받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확..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자식을 어떻게 기르고 싶은가? 그렇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돈이 있다고 권력이 있다고 마음대로 되는가? 우리에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절로 드는 일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으려 해도 나로서는 불가능하게만 느껴지는 일이 있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일에는 저절로 집중이 된다. 거기서 창의력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으며, 맡겨진 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도 하면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면 맡겨진 일을 좋아하게, 마음에 들게 만들 수는 없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 집중이 필요하고, 지속력이 역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중력과 자신감을 만들 수 있을까? 이..
과거엔 자식을 바로잡을 목적으로, 좀 심하지만 "당장 집에서 나가라"거나, "호적에서 지운다"고 위협을 했다. 자식에게는 그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었다. 근본이 없는 자식이 되어 버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관직에 등용이 어려웠고, 사회로부터도 사람대접받기가 어려웠다.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일은 고금에 변함이 없지만, 지금은 자식이 부모를 떠나버리는 일이 너무 흔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세상은 뒤집혔다. 이제는 재산을 미리 모두 자식에게 물려준 부모는 그들로부터 소외될까 두려워하는 세상이다. 그뿐이 아니라, 혹시 쫒겨날까 아내의 눈치를 보며 사는 퇴직한 남편도 흔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일은 학교나 수행처에서도 일어난다. 이젠 스승이 제대로 제자를 훈육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물론 물려줄 밑천..
마음이란, 생각, 감정, 의지, 그리고 알음알이를 맡아 수행하는 우리의 소중한 기관(?)이다. 그것은 가끔 '나'를 대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은 독자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대상(色聲香味觸法)의 도움으로 발현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마음을 적절히 사용하려면 자기 심리(心理)를 아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야 마음을 적절하게 부릴 수 있다. 건강한 마음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 그 둘은 한통속이어서 몸을 빼놓고 마음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몸과 마음 관리에 늘 소홀해서는 안 된다. 경거망동하면 자기와 남에게 큰 피해가 된다. 마음을 수하에 두고 부리는 사람을 우리는 지성인(知性人)이라 부른다. 자주 텅 빈 마음도 되어보자. 그리하면 마음의 지배자가 될 것이니 말이다.
과거는 획일적인 사회였다. 마치 기름 친 톱니바퀴처럼 생산의 일원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됐다. 일부는 책을 읽어 관직에 올랐지만,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했고, 공업(工業)이 그들의 직업(職業)이 되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전문직(專門職)'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오늘날은 전문가의 시대다. 그것이 전업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생업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그것이 멋있어지기 시작했다. 요즘은 한가지 전문성만을 가지곤 양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가수가 그림을 그리고, 검사가 악기를 연주하고, 배우가 요리 전문가로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성을 살리려면 한 가지에 전념해야 대접받는다. 지인(知人) 중에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있다. 하지만 그는 이야기꾼만으로는 뭔가 그럴듯하지 못..
세상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에너지(氣)로 구성되어 있다. 보이는 것은 돈, 집, 옷, 자동차 같은 것들인데, 그것들은 한결같이 무상(無常)하다. 마음의 힘은 필요한 것들을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들이 실체(實體)가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끌어올 때는 필요한 만큼만 끌어와야 한다. 당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넘치게 끌어오면 필히 부작용(病)이 생기는데, 그것은 자연의 법칙, 즉 인과응보(因果應報)이다. 운(運)이 좋아 쓰고 남을 만큼 끌어왔을 때는 남은 것은 세상에 꼭 필요한 곳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의미(意味)를 만들어서 살아야 한다. 그리해야 하는 이유는 원래 의미가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보이지 않는 실체를 알아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