谷神不死

민정암 시리즈 (1) 만남 본문

오희정의 인터뷰

민정암 시리즈 (1) 만남

thedaywemet 2019. 12. 10. 19:05

 

<노사님의 옛 TV 출연 모습>

 

민정암 회장을 만나기 위해 그가 사는 강화도 집을 찾았다. 마을 앞으로 넓은 들이 시원히 펼쳐진 덕포리(德浦里)라는 곳인데, 집 뒤로 ‘마니산(摩尼山)’이 길게 버티고 있고, 마침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동네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 사람들은 마니산이라 하지 않고 ‘마리산(摩利山)’, 혹은 ‘두악산(頭嶽山)’이라고도 부른다는데, ‘마리’란 ‘머리’의 고어(古語)라 한다.

 

대한민국 국민, 아니 단군의 후손이면 누구나 ‘마니산(摩尼山)’을 알 것이다. 산에 올라보면 [세계에서 가장 기(氣)가 센 곳]이라고 붙어 있는데, 기회가 되면 정말 氣가 센지 직접들 확인해 보시기를 바란다.

 

마리산에는 단군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마련했다는 그 유명한 ‘참성단(塹城壇)’이 있고, 해마다 10월 3일에는 선녀(仙女)들이 내려와서(?) 제사를 지낸다 했다. 가는 길에는 전등사(傳燈寺)가 있는데, 단군의 세 아들이 조성했다는 ‘삼랑성(三郞城)’ 안에 위치한 조계종 본사이다. 정말 단군의 아들들이…? 아니라면 누가 삼랑성을 쌓았을까? 슬며시 궁금증이 일어났다.

 

선생네 동네는 행정구역상 ‘화도면(華道面)’에 속하는데, 한자 뜻은 ‘빛날 화(華)’, ‘길 도(道)’ 자이다. 道를 닦는 수행의 길이 화려하다는 뜻인가? 아니면 요새 유행어인 ‘꽃길만 걷자’인가? 한자는 아시다시피 한 글자에 여러 뜻이 있으니 각자 원하는 대로(?) 해석해도 좋으리라.

 

道를 닦으시는 분은 ‘꽃 같은 도(華道)’에 사시는가? 뭔가 다른 것이 있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덕포리(德浦里)’의 덕(德)자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의 ‘道’ 다음의 주제이고, ‘포(浦)’ 자는 ‘포구’를 뜻하지만, 선생은 넓게 베푼다는 뜻의 포(布)를 쓰고 싶어 하셨다. 이곳으로부터 덕을 베풀어 나가자는 속셈이 아니실까? 아무튼 德을 갖춘 포구라는 뜻이니, 德이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했다.

 

사실 필자는 ‘道’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요가를 좋아하는 친구의 황당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몇 번 들어 준 적이 있었고, 고등학생 때 닥친 시험공부는 안 하고 도서관에서 ‘도덕경’을 읽었는데, 다음 날 1등을 하는 바람에 노자(老子)께 큰 감사를 드린 적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유물론자(唯物論者)에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을 신봉하는(?) 이과(理科) 사람이라, 직접 道를 닦겠다거나, 수행이라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물론, 직업 특성상 동서양 종교철학 관련 서적은 꽤 많이 읽었기에 단어와 개념들은 어지간히 파악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앱에 의지하며 쉽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선생이 사시는 집은 담 밖의 밭이 꽤 넓었고, 파란 지붕의 이층집이었다. 대문이 열려 있어서 안마당을 거쳐 현관 앞에서 큰 소리로, ‘회장님, 저 왔습니다’ 하니, 반백의 긴 머리를 뒤로 묶었지만 주름살은 거의 없는 맘 좋아 보이는 노인이 반갑게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민정암(閔晶巖) 선생이었다.

 

‘날이 찹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장작 난로를 피웠으니 춥지는 않을 거야. 마침 고구마를 굽고 있다네. 강화 고구마가 맛이 좋아.’

고구마의 단 냄새가 거실 가득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회장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호칭이야 아무러면 어떤가? 오빠라 불러주면 좋겠지만(웃음) 제자들이 모두 ‘노사(老師)’라고들 부르니 그냥 그렇게 부르시게. 늙은 선생이란 뜻이야.’

‘네 노사님, 알겠습니다.’

‘고구마가 잘 익었을 거야. 맛을 보시게.’

‘네, 감사합니다.’

고구마는 정말 맛이 달랐다.

 

거실 난로 옆 방석에 자리를 잡고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인터뷰)을 시작했다.

‘다음 달, 서울서 대중들을 만나신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한 20년 되셨나요? 신문 잡지에서도 노사님을 많이 취재했고, 氣 능력에 강의도 썩 잘하셔서 전에는 대학 특강에 기업체 강의, 조영남 쇼, 주병진 쇼(최고 시청률 기록) 등 텔레비전에 많이 출연하셨었는데요, 그 후 오랫동안 숨어 지내셨습니다. 왜 그리하셨는지, 그리고 다시 강의를 시작하시는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시절 인연이 그리 시켰기 때문이라네. 그리고 때가 이르니 저절로 할 일이 생기게 되었다 할까?’

‘시절 인연이라니요? 무슨 뜻인가요?’

‘세상 모든 일은 때가 있는 법이라네. 공부할 때가 있고 나아가 펼칠 때가 있고...’

‘그런가요? 그럼 하시고 싶은 일이 전에는 없으셨던가요?’

‘물론 전에도 있었고, 많이 했지. 학생도 많았어. 그러나 시절이 아니었는지 확신을 가지진 못했어. 마음속 아쉬움도 많았지.’

 

‘그래 그동안은 어찌 지내셨는지요?’

‘교편도 잡았고, 말대로 공부를 확실히 하느라, 중국, 인도, 미국 등등 해외 선지식(善知識)들을 찾아다녔지.’

‘노사님도 공부가 부족하셨던가요?’

‘물론이지. 공부는 끝이 없는 거야. 그리고 세상에 널리 펼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었지. 모든 것은 마음이야. 그러다 보니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 스스로 80% 정도밖에는 익지 않았다고 생각했었거든.’

‘아, 그럼 이제는 완전한 확신이 서신 거네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이제는 후련하게 나설 수 있게 되었다네.’

 

'1월 특강의 부제가 [수행 30년, 신선(神仙)이냐 열반(涅槃)이냐?]인데요, 혹시 그 확실치 않으셨다는 것이… 신선인지, 열반인지가 확실치 않으셨던 건가요?’

‘아니 모두 그런 건 아니야. 꽤 오래전부터 수행의 목적은 신선으로 잡혀 있었어. 소싯적부터 늘 꿈꿔온 것이었든. 자연스럽게 불교계 사람들과 친교가 많아서 승가대학 강의도 하고, 상기병(上氣病)을 낫게 해 주기도 했지만, 정작 확철대오(廓徹大悟)에는 썩 자신이 없었다 할까? 그쪽 부분은 미진하다고 생각했었지.’

 

이야기가 슬슬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모르는 쪽으로만 자꾸 나가면 난처하게 될 것 같아, 누구에게나 쉬운 일반적인 사실부터 하나씩 질문해 보기로 했다. 수행의 목적과 다시 세상으로 나오시게 된 이유, 그리고 소주천(小周天)이나 깨달음 등 어려운 주제에 대해서는 책을 더 본 후 다음 인터뷰 때, 다루기로 마음먹고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수행 30년]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몇 살 때부터 수행을 시작하신 건가요?’

‘세월이 훅 가버렸어. 사실은 20세부터 공부를 시작했거든. 나이 자랑할 일도 아니고 해서 30년으로 줄여 말했다네. 하지만 그것도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이고, 이제는 세상 변하는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벌써 칠십이 되었지만 아직은 씽씽해. 같이 수련해 보고는 못 당하겠다고 삼십 대 수준이라고들 한다네. 허허.’

 

‘그런가요? 걸음걸이가 그렇게 보이기도 하시고...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경력을 보니 선도(仙道), 요가, 태극권, 약손(한의학), Silva Mind Control을 비롯해 간화선(看話禪)까지 두루 섭렵하시고 강단에서 가르치시기도 하셨는데요, 제가 이해하기 쉽도록 나누어서 차례차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시험 보는 거 같구먼. 가급적 쉽게 설명하도록 하지. 그래야 내용이 혼동되지 않고 이해가 쉬울 테니 말이야.’

 

‘우선 오늘의 주제가 이번 1월부터 진행하시는 [기분(氣分) 좋은 새해 2020 특강]이니, 그것부터 여쭙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번 특강의 목적은 무엇이라 해야 할까요?’

 

‘두 가지 목적이 있어요. 하나는 선도(仙道) 교사 후보생을 만나 훌륭한 교사로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들에게 올바른 수행(修行)과 선도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지요. 우리에게 2020년은 바야흐로 선도가 무르익는 해라고 확신한다네.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신선(神仙) 되는 법을 가르치자면 교사가 많이 필요해요. 내년에 우선 100명쯤 양성해 볼 생각이야. 그것을 가리켜 시절 인연이 임했다고 말하지.

 

그리고 대중들이 선도에 대하여, 수행에 대하여 오해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요. 첫째, 단전호흡(丹田呼吸)에 대하여, 그리고 외단공(外丹功)의 필요에 대하여, 또한 깨달음(見性)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적지 않아요.

 

특히 복식호흡(腹式呼吸)에 머무는 호흡을 하면서도 자기는 단전호흡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고, 깨달음에 대해서는 너무 어렵게들 생각하고 있어요. 단전호흡을 하려면 먼저 단전(丹田)의 위치부터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요. 배꼽 밑 세 치 관원(關元)이나 기해(氣海), 석문(石門), 명문(命門)은 丹田으로 통하는 문(門)입니다. 丹田은 하복부 깊숙한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요. 단전호흡이 되려면 먼저 잠자는 단전부터 깨워줘야 해요. 그래야 바른 단전호흡에 이어 태식(胎息)까지 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자성(自性)의 깨우침은 공부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먼저 깨닫고, 다음 순서가 수행입니다. 오랜 세월을 애써 닦아도 어려우니, 그것을 공부의 종착역이라고들 생각하는 모양인데 알고 보면 쉬워요. 오죽하면 ‘세수하다 코 만지기보다 쉽다’는 말이 있을까요? 사실 깨달음 후 공부가 더 비중 있고 어렵습니다. 공부는 이치를 알고 해야 마무리도 쉽게 할 수가 있어요.

 

‘쉽게 풀어보려 했는데 저절로 어려운 문제로 들어가 버리십니다. 도사님이 맞기는 맞는가 보네요(웃음). 이쯤에서 난해한 주제들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선도 교사 양성 이야기부터 해보지요. 6개월을 공부 시켜 교사를 만드신다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그것도 초심자를?’

 

‘가능합니다. 인턴 교사이니까요. 정교사가 되려면 최소 4년은 필요하겠지만, 우선 초보자를 가르치다가 인연이 되는 사람은 정교사 과정을 밟으면 되니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 어려서는 고등학교(사범학교) 과정 마친 사람에게 초등교사 임용을 했어요.’

 

‘그랬었나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그리고 6개월간 수강료를 받지 않고 가르치신다는데, 그렇게 해도 법인 운영이 가능한가요?’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하겠습니까? 때가 이르러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고, 게다가 모든 일이 서로 이해만 맞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군요. 아무튼 뜻하시는 대로 잘 되시길 빌겠습니다.’

‘고맙소. 꼭 그렇게 될 겁니다. 시장할 텐데 감 하나 들어봐요. 우리 밭에서 익은 것을 내가 따온 것인데 맛이 아주 좋다오.’

 

(1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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