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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암 시리즈 (6) 초능력(超能力)에 대하여 본문

오희정의 인터뷰

민정암 시리즈 (6) 초능력(超能力)에 대하여

thedaywemet 2019. 12. 21. 00:00

<봉우 선생님과 함께, 1987년 즈음>

서양에서 유래한 과학(science)은 에너지(energy)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과학은 객관적 관찰에 의거하며, 유물론(唯物論)과 심신이원론(心身二元論)의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때문에, 과학자 스스로가 에너지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의 현대과학(量子力學이나 초끈이론 등)은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객체(客體)인 관찰 대상과 주체(主體)인 관찰자의 상호 의존성이 발견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쨌든 서양 과학의 기원(origination)은 객관(客觀)적 관찰(주체와 객체와의 완전한 분리를 가정한다)을 토대로 출발하였음을 말해 둔다.

 

* * * * *

 

이번엔 우리 초능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네, 좋아요! 초능력이란 무엇인가요? 그것부터 이야기해 주세요.’

‘그거 상식적으로 보통의 인간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말하는 거 아닌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지루한 삶을 넘어서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들이 에너지(氣) 수련을 했고, 그 바탕에는 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지. 예전엔 그것을 '도술(道術)'이라고 불렀어.

 

동양에선 선도(仙道)를 닦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주로 차지했었지. 이론적으로는 심신일원(心身一元) 및 이기일원(理氣一元)을 가정하고 출발하는 것이고... 의식(意識)을 고양해 그것으로 에너지를 조정할 수 있게 되면 초능력이 일어나는 것이야. 어떤 신념(信念)을 가지고 있느냐, 그것이 핵심이지.

 

의식(意識)의 힘은 참말로 위대해요. 태생적으로 그런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대개는 '정신과 에너지가 하나'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초능력이 일어나지. 초능력이란, 에너지와 의식이 하나가 되어 마음이 물질을 부리는 일이라 할 수 있지.

 

서양에선 그것을 보통 ESP라고 부르는데, 하나는 '초감각적 지각능력(extrasensory perception)', 그리고 다른 하나는 '효과적인 감각 투사(Effective Sensory Projection)'를 말해요. 전자는 거의 선천적인 발현이고, 후자는 수련을 통해서 얻어지는 능력을 말해요. 누구를 막론하고 말이야.

 

통상적으로 예지력(clairvoyance), 과거 인지(retrocognition), 투청력(clairaudience), 투시력(telegnosis), 타심통(mind reading), 순간이동(teleportation), 치병(paranormal healing) 등 염력(psychokinesis)을 통틀어 초능력이라 하는데,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과거 세대엔 흔했었는데, 과학이 발달할수록 그런 현상들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 전기(電氣)가 실용화되면서 도법(道法)을 잡아먹는다는 속설도 있어.

 

사실상 작금(昨今)의 현대과학은 수많은 기적(?)을 창출해 내고 있지. 지금은 당연한 것 같아도, 말이 끌지 않는 마차(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불을 때지 않고도 밥을 해(전기밥솥) 먹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어요. 불과 몇 년 전에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지. 하지만 지금은 이미 달나라를 다녀왔고, 우리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질병을 간단한 알약 하나로 해결하는 세상이 아닌가?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물리나 화학의 힘이 작용한 것이라고 하지만, 옛날 시각으로 보면 그것 역시 초능력이 아닌가? 물질 문명의 발달 역시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일이니 말이야. 의식(정신)과 에너지, 그 둘의 조화 없이는 무엇 하나도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해.

 

과학자(발명가)는 자신이 꿈꾸는 물건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주위의 무시를 무릅쓰고 수천수만 번의 실험을 하지 않나? 그들 역시 남들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일을 성공시키고 있으니, 그들 역시 초능력자가 아닌가?

 

실험이 실패를 거듭할 때, 그들이 어떤 심정이 될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나? 나중엔 거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어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말이야.

 

누구든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초능력이 일어나고야 말게 되어 있어요. 간절함이 의식과 에너지를 결합시키기 때문이지. 옛날 말로, 지성(至性)이 감천(感天)한 거야. 성리학(性理學)에서 말하는 이기(理氣)가 일원(一元)이 되는 것이고, 그것을 가리켜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이라거나, 뜻은 달라도 불교로부터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을 빌려 쓰기도 하고.

 

<민정암 선생의 마인드 컨트롤 강연회(대전 카톨릭 센터), 1987년>

 

실바 메소드(Silva method)는 그것(ESP)을 RPR이란 말로 간단히 설명한다네. R은 가장 기본이 되는 '이완(relaxation)'이야. P는 '프로그래밍(programming)'인데, 보통 시각화(visualization)를 사용하고 심상(心像)이 선명할수록 효과적이야. 수련하면 할수록 스크린(screen)에 그려지는 영상이 또렷해지고. 그것이 그대로 R, 즉 '결과(result)'로 이어진다네. 물론 믿음, 열망, 기대가 필수적이라네. 냉장고에 코끼리 집어넣기와 비슷해.’

 

‘노사님은 그런 신통방통한 것들을 어찌 그리 잘 아세요?’

‘나는 암기력도 약하고 계산력도 없지만, 이쪽 방면에 오면 달라져요. 첫째, 자라온 환경이 그런 것들과 가까웠고, 또 그런 것을 가르치는 교사(SMCI No. 140) 출신이니까.... 1980년대에는 마인드컨트롤(MC)이 대인기였지. 한 반에 100명 이상이 밀어닥쳤으니까. 요즘에 그 기법의 일부를 베껴서 시크릿(the Secret)이라고 소개하지만, 정신 사용법은 1970년 이래 별 진보가 없는 것 같아. 하긴 2000년 전에도 그랬으니 별수가 있겠나?

 

MC는 우리가 늘 꿈꿔왔던 것이었지만, 그 기법이 매우 신선했었지. 몸과 마음의 긴장 풀기로 시작하여 잠과 꿈을 장악하고, 습관을 바꾸고, 병을 고치고, 사소한 미래를 끌어오는 것으로 시작해, 뒷부분에는 투시술과 염력이 있었어.

 

‘아, 그랬군요. 신비의 영역인 데다가, '정신응용학(psychorientorogy)'이란 이름으로 과학적 기초를 강조했으니 더 인기가 있었겠지요?’

‘응, 그랬었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그것(초능력)을 부러워하고, 배우고 싶어 했지. 그러나 그것을 얻으면 무엇을 잃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어. 물론, 중요기법들은 초심자에게는 소개되지 않았고, 몰입이 부족해서 극히 일부 내용 밖에는 실현시키지 못했었지만 말이야.’

‘아, 그렇군요.’

 

초능력을 너무 동경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고 싶어. 가령 한 손가락으로 스푼(spoon)을 끊어 내거나, 마음으로 하늘의 구름을 쪼갠다든지, 러시아워(rush hour) 때 택시를 빨리 오게 만드는 것이 신기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에 궁극적으로 무슨 큰 도움이 되지? 기법을 숙지하고 꾸준히 수련한다면 불가능하진 않아. 그러나 그것이 깨달음이나 우리의 행복과 무슨 연관이 있으며, 또한 혹시라도 그런 일들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어떤 부작용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엇, 그런 것도 있나요?’

‘초능력자가 되고 싶다면서 전혀 문외한이네. 어떤 유(類)의 초능력이든지 자연의 섭리(攝理)를 어기는 것이며, 그것은 당사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해요.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자연의 법칙을 어겨 그것을 이기적(利己的)으로 사용하고, 타인이나 자연(自然)에 해를 입히면 하늘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아.

 

상부상조(相扶相助)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어야 해요. 그것이 자연의 법이야.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잖아요? 누구의 책임일까? 인간 이기심의 산물, 한편으론 새로운 신앙(과학)의 책임이랄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적절한 대응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큰 재앙이 닥치고 말 거야.’

‘맞아요. 기후협정에서 탈퇴하겠다는 국가도 있으니, 모르긴 몰라도 그들 위에 하늘의 준엄한 보복이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자연의 법을 어겼을 경우, 당사자는 그 대가를 필히 치러야 해. 초능력 사용도 마찬가지지. 심하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할지도 몰라.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나? 불세출(不世出)의 초능력자들이 재주를 부리다 젊은 나이에 거의 삶을 마감하지 않았더란 말이야. 더러는 처형도 당하고, 더러는 자살도 하고....

 

혹자는 인류를 위해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초능력을 살상(殺傷)에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용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하늘은 그런 거 몰라요. 굳이 '천지불인(天地不仁)'이란 노자(老子)의 말을 빌지 않아도 말이야. 권력을 가진 사람의 심기(心氣)를 건드리거나, 비록 구국의 충정(忠正)으로 침략해온 적을 물리치는 데 썼다고 할지라도 하늘이 그냥 지나갈까? 하늘은 그저 순리(順理)를 따를 뿐,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아요. 아무리 울부짖고 기도를 한다 해도 말이에요.’

‘그런 것도 생각 못 하고 여태 살았다니 너무 창피하네요.’

 

‘싯다르타(석가)는 능력이 부족하여 아버지의 나라가 멸망하고 수많은 백성이 살육당하는데도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었을까? 서른 세 살에 죄 없이 죽은 예수나 잔 다르크, 수운(水雲)이나 증산(甑山) 이야기는 너무 뻔하니 나중에 시간 보아 이야기하도록 하고, 사람들이 의아해할 만한 충무공(忠武公) 이순신과 충장공(忠壯公) 김덕령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장군들의 무용담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들었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았어? “신(臣)에게는 아직 13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하며 전장에 나선 이순신, 참 눈물 나는 이야기 아닌가? 일본군은 임진(壬辰) 전쟁 직전까지 밥 먹고 전투만 일삼았던 놈들이야. 일본은 해양국인 데다가 신식(新式) 무기로 무장한 군함이 133척이었다면서?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요? 뭐 학익진(鶴翼陣)이 어떻고... 조선 수군에게는 장거리 고성능 대포가 있었다고? 그 대포가 조선 육군엔 왜 없었는데? 일본 육군은 왜 동래(東來)서부터 저항 하나 안 받고 며칠 만에 한양까지 올라왔는데? 그 잘난 대포는 엿 바꿔 먹었나? 일본서는 이순신 장군을 '조선의 귀재(鬼才)'라고 해요.’

‘듣고 보니 말이 안 되기는 하네요.’

 

‘두 분 장군은 초능력자였어요. 세상이 알지 못했을 뿐이지. 그런데 그 두 분의 말로(末路)는 어떻게 되었나? 나라를 살린 충신(忠臣) 중의 충신인데 말이야.

초능력자로서 자기 명(命)을 누리고 벼슬 명예 누린 사람은 거의 없으며, 세상을 바꾸려 했으나 실패하고 거의 서른 중반에 저세상으로 갔어요. 왜 그랬을까?’

‘노사님 못 만났으면 쓸데없는 초능력이나 부러워하며 살 뻔했어요.’

 

‘중요한 것은 초능력을 부리더라도 이기심을 버리고,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이해를 위해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옛날에 어떤 두 사람이 둘이 도(道)를 닦겠다고 집을 나서 하나는 북쪽으로, 하나는 남쪽으로 스승을 찾아 떠났다네. 10년 공부를 마친 후에 서로 자기 공부의 경계를 보여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는데 드디어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헤어졌던 강변에서 다시 만났다네.

 

먼저 남파(南派) 소속의 젊은이가, “내가 먼저 보임세.”하면서 삿갓을 벗어 엉덩이에 대더니 공중을 날아 강 저쪽까지 이르렀다가 다시 날아와서 내리며, “어떤가? 이젠 자네 차례일세. 지네도 닦은 바를 한번 보여주게.” 했다네.

 

그 말을 들은 북파(北派)의 젊은이는 머뭇거리며 말하길, “미안치만 10년을 애써서 겨우 서 푼어치 공부밖에 못 했단 말인가? 그것이 무슨 자랑거리라고!” 라고 말했다는 거야. 

화가 난 남파의 젊은이는 물었다네. "이것이 어찌 서 푼어치밖에 안 된단 말인가?”

“아니, 강 건너는 뱃삯 왕복이 서 푼밖에 더 하는가?”

그러자 남파 젊은이는, “그래? 그렇다면 자네는 도대체 무슨 대단한 기술을 연마했는지 한번 보여주게.” 하자,

북파 젊은이는, “보여 줄 만한 건 없다네. 미안치만 말해줘도 자넨 이해 못 할 거야. 나는 10년 동안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법만을 배웠다네.”라고 했다는 이야기야.

 

어때, 뭐 남는 거 있는가? 노자(老子)는 그것을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 했지. 비록 초능력이라 할지라도 튀는 짓 안 하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제일이란 뜻인 거라. 나도 늦게서야 그것을 터득하게 되었다네.’

 

‘정말 새겨들어야 할 말이네요.’

‘사자는 사자들끼리 논다고 했던가? 내 주위에는 유난히도 초능력자들이 많았다네. 고모는 그렇다 치고, 우선 나의 사촌 형은 약관 스물에 눈이 열리는 힘을 얻어 권력자의 비서가 되어 거들먹거렸다네. 귀찮은 일만 생기면 입정(入靜)하여 선관(仙官)을 불렀는데, 나타난 선관은 부복(仆伏)을 하며,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물었다네. 아라비안나이트 같은 이야기지?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야.

“이천(利川) 아무데 가면 이(李) 아무개란 자가 있는데 그놈이 내 일(선거)을 방해하고 있어. 가서 한번 타일러 보시게.” 하면, “분부 거행합니다.”하며 말을 타고 간다네. 모두가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지. 다음 날 그곳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제가 생각이 짧아 몰라 뵈었습니다.” 하며 충성을 맹세한다네.’

‘정말로 판타지(fantasy) 같은 이야기네요.’

 

‘믿을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내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어. 봉우(鳳羽) 선생님도 삼비팔주(三飛八走) 이야기를 할 때면 진지함이 늘 서려 있으셨거든. 그때 TV 녹화할 때 물리학 교수라는 사람이 선생님 말씀에 비아냥거리다가 크게 혼이 났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그래서 그 프로는 어떻게 되었는데요?’

‘방영되지 못했지. 녹화장이 엉망이 되는 바람에 방송국 책임자까지 출동했었으니까, 허허.’

‘서 푼어치 초능력으로 술집에서 쓸데없이 남의 술 도수(度數)나 바꾸고, 자동차 시동을 못 걸게 만들고, 멀쩡한 숟가락을 두 동강 내고, 얌전한 여자 치마를 말아 올리며 좋다고 손뼉 치던 그들.... 비록 호기심과 재미로 한 일이었지만 지금 그들은 여기 없어요.

 

그중에 하나는 성병이 심해 사람 구실 못하게 됐고, 나를 형이라 부르며 따르던 녀석은 말도 되지 않는 트럭 급발진 사고로 비참하게 저세상으로 떠났어. 특수부대(UDU) 요원으로 평양을 두 번이나 다녀온 비호(飛虎)같이 빠른 놈이었는데, 그건 왜 못 피했나 몰라.

‘그런 일이 정말 일어난단 말이에요?’

‘일어나지. 지금 예순 넘은 사람 가운데 우리랑 같이 공부했던 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아마도 “맞아, 맞아”하며 웃을걸.’

‘이 글이 공개되면 전화가 꽤나 오겠네요.’

‘글쎄, 사는데 바빠서 그럴 수 있을까 몰라. 아마 연락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겠지.

나와 함께 실바 메소드(Silva method) 강사면허를 받고 제주도 관음사에서 함께 수련했었던 J형, 잠시 나갔다 온다며 출국해 여태 못 만나고 있는데 너무나 보고 싶어. 나하고 약속한 것도 있어서 살아 있다면 나를 찾지 않고는 못 배길 텐데.... 80년대 전국을 순회하며 대중 앞에서 숟가락 끊어내고, 눈빛으로 촛불을 끄고, 심지어는 일군사령부(一軍司令部)에 강의 가서 M16 총신을 염력으로 구부려 놓았었고, 금광(金鑛)을 발견해 고급 차는 타고 다녔지만, 인생은 전혀 평탄하지 않았어.’

 

‘노사님은요?’

‘나는 박정표라는 가명으로 선도소설 <단(丹)>에 출연했었지. 한라산에서 염력(念力) 수련을 하다가 써 보낸 편지가 작가 김정빈 손에 들어가 그 책의 서두에 묘사되었어. 그것을 인연으로 봉우(鳳羽) 선생을 만나고, '연정원단학회(硏精院丹學會)'에서 초기 선생 노릇도 했지.

 

<저자 민정암(윤기)>

 

내가 지금 초능력을 세상에 알리게 되는 것은 초능력의 허실(虛實)을 알리고 싶어서야. 나 역시 멀리 있는 사람의 기운을 조정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그것으로 치병도 했었지. 원광대학교 강의 중에는 나를 비웃으며 기(氣)로 자기를 밀어보라는 한 체대(體大) 학생에게 10m 전방에서 氣를 쏘아 보내 쓰러지게 하기도 했었지. 그때 그 강당에는 관중이 100명도 넘게 있었는데 모두가 놀랐지. 얼굴이 창백해져 쓰러졌으니까.... 'TV 법정' <氣는 실재하는가?> 프로그램에서는 눈을 감은 배심원들에게 기(氣)를 보내 승소(勝訴)를 하기도 했었고....

 

힘이 생기면 에고가 부풀고, 그것이 큰 병폐가 되지. 누구나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에너지를 보내줄 수는 없을 것 아닌가? 비록 시범이지만 염력을 반복하다 보니 납득 못 할 놀라는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기 시작했어. 내게 험담을 했던 사람들에게 우연이라 볼 수 없는 불행한 일이나 큰 사고가 닥치는 거야. 보통 일이 아니었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지.’

‘큰 충격이었겠군요.’

 

‘정신이 번쩍 들었지.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러다가 나도 비명에 간 그 사람들처럼 되지는 않을까 정말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 쓸데없이 염력 장난하다가 먼저 간 그 녀석들처럼 말이야. 며칠간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이거 큰일 났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고....

 

골방에 들어가 두문불출 했어. 그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절로 들어갔지. 그리곤 허심(虛心)을 만드는 수련에 모든 시간을 바쳤어. 그리고 노자, 금강경, 성경 등을 종일 읽었지. 그때처럼 진지하게 경전(經典)을 읽었던 적은 아마 없었을 거야. 맨발로 거친 산길을 걸으며 매일 참회하고, 부처님께도 정성을 바쳤어.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니 눈빛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더라고. 이젠 눈이 참 인자해 보인다는 칭찬도 듣는다네, 허허.’

 

사람은 순리(順利)에 맞도록 남에게 이로움을 주며 살아야 해. 역천(逆天)을 하면 꼭 벌을 받는다는 것을 잊어선 안 돼. 정신력을 사용하더라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내에서 만인을 위해서 사용해야 해. 내 나이 이제 일흔 살... 살 만큼 산 나이지만, 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여생(餘生)을 남김없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에 바치는 것을 늘 생각하지. 그것으로 만들어진 것이 '선도(仙道)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야. 그야말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이지. 오늘은 내가 좀 심각한 것 같지?

‘네, 정리해보니 염력은 깨달음과는 관계가 거의 없네요. 염력을 부리더라도,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서 사용하고,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다면 하늘도 돕지 않겠는가 생각해요.

 

선도 교사 프로그램에 하늘이 도우실까?

‘전 그렇게 믿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해 주신다는 봉우 선생님은 어떻게 만나셨어요?’

 

‘제주도 수련을 마치고, 서울에 오니 정신세계사에서 봉우 선생님 책을 내기로 결정했더라고. 저녁마다 그분 댁(부암동 만수한의원)에 가서 구한말 도인(道人)들 이야기를 들었지.

 

작가 김정빈 선생은 당시 정신세계사(사장 송순현)의 편집장이었어. 다른 작가들은 집필이 부담된다며 거절하는 바람에 봉우 선생님을 '우학도인(羽鶴道人)'으로 각색하여 이야기를 만들었지. 그렇게 발간된 것이 선도 소설 <丹>이야. 김 선생의 손에 거의 귀신이 붙은 것 같았지. 두 달도 안 걸려 뚝딱 책이 완성되더라고.

 

나는 그때,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당시 알고 있었던 호흡법이라면 한 달 해보고는 체질에 맞지 않아 그만둔 '정각도(正覺道 나중에 國仙道)'였는데, 봉우 선생의 단학(丹學) 호흡 설명을 들으니 눈앞이 훤해지더라고. 국선도처럼 억지로 숨을 참아내는 기법이 아니고(그때 국선도는 지식(止息) 중심이었다)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일정하게 서서히 길게 해주는 호흡법이었는데 너무나 맘에 들었어. 1년 정도 수련해 1분 호흡만 되면 도인(道人) 반열(初階)에 든다고 하셨었지.’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모두들 부담스러워해서 내가 모르모트(피실험체)가 돼 보겠다고 자청했지. 그리곤 바로 신안(新安) 앞바다에 있는 임자도(荏子島)로 들어간 거야. 거기서 시간을 정해 하루 여덟 시간씩 시계 소리에 의존해 수련을 진행했어. 한 달을 하니 배에 힘이 생기면서 호흡은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고, 한 호흡이 30초를 넘게 되더라고.

 

출판사에 '수련이 잘 되고 있다'고 편지를 써 보냈고, 그때 내가 보낸 글이 그대로 그 책 말미에 임자도의 M군이 보내온 글이라고 소개되어 있어. 지금 그 책을 구하려면 중고서점에 가면 있을걸. 가급적 초판에 가까운 책을 구하도록 해. 개작(改作)했다 하더라고.’

‘나중 판엔 노사님 이야기가 안 나오나요?’

 

‘사정이 있었겠지. 그런 건 중요치 않고....

수련을 지속하니 호흡은 2분대(들숨 1분, 날숨 1분)까지 늘어나더라고... 선도 소설 <丹>은 사상 초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했어. 신문기자가 찾아오고, 나는 담박 유명해(?)졌지. 편지 겉봉에 전라남도 임자도 민윤기(정암 선생 본명)라 쓰면 배달부가 알아서 배달해 줄 정도였으니 말이야. 약 300여 명 정도의 사람이 섬을 다녀갔고, 30명 정도는 늘 같이 수련했지. 전국에 불어닥친 '단학(丹學)' 바람이 사람들을 설레게 했었지.’

 

1985년 단학 대강연회(강남 교통회관), 연단 중앙의 사람이 민정암 선생이다.

 

* * * * *

 

간혹, 선도(仙道) 수련을 비과학적인 원시시대의 무지한 믿음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이 가진 기본 도그마(dogma), 즉 에너지는 의식과 분리되어 있다는(주체와 객체는 분리되어 있다는) 주장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간과된 것이다.

 

(6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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