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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손가락

언하대오(言下大悟)

알아챔 2024. 2. 19. 10:44

 

(하루에 두 시간을 면벽(面壁) 수련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음은 그 사람과의 대화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위해 벽 앞에 앉아 계신가요?’

‘깨닫기 위해서지요.’

 

‘그렇게 앉아있으면 벽에서 깨달음이 나오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이렇게 하고 있노라면 깨닫게 된다고 믿습니다.’

 

‘무슨 깨달음인가요?’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거지요.’

 

‘(놀라며) 당신은 자기가 누군지 모르나요?’

‘아! 알긴 하지만 참나(眞我)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참나는 무엇입니까?’

‘그것을 찾기 위해 이렇게 수련하고 있는 겁니다.’

 

‘잃어버렸나요?’

‘모르겠습니다.’

 

‘제가 찾게 해드릴까요?’

‘정말요?’

 

‘여기 이렇게 있지 않습니까?’

‘네에??’

 

‘일단 눈은 뜨고 저를 보세요. 제가 보이나요?’

‘네, 보입니다.’

 

‘제 말이 들리나요?’

‘네, 들립니다’

 

‘저나 제 말이 당신입니까?’

‘아니오.’

 

‘그럼 뭐가 당신인가요?’

‘듣고 있는 이놈이 나지요.’

 

‘(창문을 열며) 저 바람 소리가 들리나요?’

‘그럼요.’

 

‘저 바람소리가 당신인가요?’

‘아니지요. 듣고 있는 이놈이 나지요.’

 

‘그렇군요. 지금 주방에서 생선을 굽고 있습니다. 생선 냄새가 나나요?’

‘네, 몰랐었지만 이야기를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왜 몰랐을까요?’

‘화두(話頭)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까요.’

 

‘다른 데 신경을 쓰고 있으면 알아채지 못하는군요.’

 

‘누구나 그럴 겁니다.’

 

‘생선 냄새가 당신인가요?‘

‘아니지요, 냄새를 맡는 이놈이 나지요.’

 

‘됐군요. 이제 당신은 당신을 찾았네요.’

‘아니죠. 이런 것이 내가 찾는 '참나'는 아닙니다.’

 

‘그 '참나'라는 것은 따로 있나요?’

‘잘은 모르지만... 있다고 하니까 그리 알지요?’

 

‘혹시 착각하셨거나 잘못 아는 건 아닌가요?’

‘모르겠습니다. 일단 참나부터 찾고 봐야겠습니다.’

 

‘지금 이 나와 참나는 다른 사람인가요?’

‘(잠시 생각하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참나를 말한다는 것은 거짓 나가 있다는 건데, 지금 당신은 '가짜 나' 상태에 있나요?’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있어 보세요. 그래도 보이고, 들리고, 냄새를 알지요?’

‘뮬론 그렇지요.‘

 

‘보려고 들으려고 냄새 맡으려고 노력을 했나요?’

‘아니요. 그냥 저절로 보이고 들렸습니다.’

 

‘가짜 나가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 같나요?’

‘아니요. 이건 Fact입니다.’

 

‘가짜 나는 어디로 갔나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럼 그냥 있는데 어찌하여 보이고 들리나요?’

‘글쎄요. 그냥 보이고 들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 보지도 듣지도 냄새 맡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죽은 사람은 아닙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자고 있다면 그럴 수 있습니다.’

 

‘지금 깨어서 앉아 있는 사람인데요?’

‘그렇다면 딴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게지요.’

 

‘성인(聖人)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깨어 있으라’와 ‘잡념을 버리라’를 아십니까?’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자지 않고 있고, 잡념도 거의 없이 보고, 듣고 있습니다. 맞죠?’

‘네, 맞습니다.‘

 

‘지금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있는 ‘그놈’, 그놈이 바로 당신이 찾고 있는 보통 참나라고들 하는 ‘자각(自覺)하는 내’가 아닐까요?’

‘?!?!’

 

‘우리의 하루를 관찰해 보십시오. 사람들은 자고 있지 않으면 하루 종일 돈 벌 생각, 여자(남자)생각 아니면 누군가를 이겨 먹을 생각으로 보냅니다. 거기서 참나를 알아챌 수 있을까요?’

‘?!?!’

 

‘지금 당신에게는 돈이나 여자 생각, 그리고 누군가를 이겨 먹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보고 듣고 생각도 합니다. 지금... 보고, 듣고, 냄새 맡고, 생각하는 '그놈'이 당신이 아니냐 그겁니다. 참나란게 따로 있을까요? 그것이 합리적인 생각일까요?'

’이해가 될 듯합니다.’

 

‘과거 황벽이나 임제같은 구루들은 깨달음을 묻는 제자를 몽둥이로 후려치거나 ‘악’ 하고 소리를 크게 질렀다고 합니다. 왜 그랬는지 아시나요?’

‘?!?!’

 

‘몽둥이로 후려치고, ‘악’ 소리를 지른 것은 ‘어서 깨어나라, 빨리 딴생각에서 벗어나라’가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많습니다. 깨어나기만 하면 바로 내 앞에 본래면목(本來面目)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네, 그렇군요.’

 

‘하지만 자기를 알아챈 사람들도 며칠 지나면 다시 어두워(昧)집니다. 그리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높은 산이나 절, 그리고 인도, 미얀마로 떠납니다. 나를 거기 가서 잃어버리진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하하하.’

 

‘보임(保任)은 지금 여기서 해야 합니다. 시간 나는 대로 되새기고, 또 되새겨야 합니다. 아니면 곧 원래대로 돌아가고 맙니다. 사람은 의심의 동물입니다. 가고, 가고, 또 가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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